﻿1
00:00:12,583 --> 00:00:16,025
가리 카스파로프, 슈퍼스타이자
체스의 나폴레옹입니다

2
00:00:16,125 --> 00:00:18,233
흔히 생각하는
책벌레 타입은 아니죠

3
00:00:18,333 --> 00:00:19,566
카리스마가 넘칩니다

4
00:00:19,666 --> 00:00:20,858
대담하고 직설적이에요

5
00:00:20,958 --> 00:00:22,525
역사상
그 어떤 챔피언보다

6
00:00:22,625 --> 00:00:25,066
더 많은 논란과
분노를 일으켰어요

7
00:00:25,166 --> 00:00:27,500
그 누구도, 어떤 기계도
상대가 안 됩니다

8
00:00:28,000 --> 00:00:29,527
참 자신만만하시네요?

9
00:00:29,627 --> 00:00:30,666
그래야죠

10
00:00:33,125 --> 00:00:34,400
세계 챔피언이잖아요

11
00:00:34,500 --> 00:00:36,233
"가리 카스파로프
세계 체스 챔피언"

12
00:00:36,333 --> 00:00:38,733
체스는 심리전입니다

13
00:00:38,833 --> 00:00:40,833
의지 대 의지의 싸움이죠

14
00:00:41,416 --> 00:00:44,150
가장 순수한 형태의
경쟁으로

15
00:00:44,250 --> 00:00:45,775
그야말로 치열합니다

16
00:00:45,875 --> 00:00:47,441
체스에서 이기면
더 좋아져요

17
00:00:47,541 --> 00:00:48,441
인격적으로요?

18
00:00:48,541 --> 00:00:50,166
인격이든 뭐든
더 좋아지죠

19
00:00:50,666 --> 00:00:52,691
새 도전이 필요해서
컴퓨터와 붙은 거고

20
00:00:52,791 --> 00:00:54,708
세계의 모든 도전을
받고 있어요

21
00:00:58,791 --> 00:01:01,816
12살의 헝가리 여학생
폴가르 유디트가

22
00:01:01,916 --> 00:01:04,275
주요 국제 체스 토너먼트에서
우승을 거머쥐고

23
00:01:04,375 --> 00:01:05,750
역사를 만들었습니다

24
00:01:06,083 --> 00:01:07,316
"폴가르 유디트"

25
00:01:07,416 --> 00:01:10,958
처음에는
모두가 절 얕잡아 봤어요

26
00:01:11,500 --> 00:01:14,583
'넌 어린 여자애잖아
여기 왜 왔어?'란 말을 들었죠

27
00:01:15,916 --> 00:01:18,191
하지만 체스는
심리 게임이고

28
00:01:18,291 --> 00:01:20,416
자신을 믿어야 해요

29
00:01:21,000 --> 00:01:23,358
유디트는 체스 역사상
그 나이대 선수 중

30
00:01:23,458 --> 00:01:26,400
성별을 불문하고
가장 우수한 선수입니다

31
00:01:26,500 --> 00:01:29,941
유디트는 최연소로
인터내셔널 마스터에 올랐습니다

32
00:01:30,041 --> 00:01:33,191
보비 피셔나 가리 카스파로프 같은
세계 챔피언들보다

33
00:01:33,291 --> 00:01:35,666
3년 일찍
해당 랭킹을 획득한 것이죠

34
00:01:38,125 --> 00:01:39,708
1994년에

35
00:01:40,500 --> 00:01:43,066
유디트는 생애 처음
가리 카스파로프와 붙었어요

36
00:01:43,166 --> 00:01:44,708
"디르크 얀 텐회젠담
'뉴 인 체스' 편집장"

37
00:01:46,875 --> 00:01:49,983
체스 역사상
처음 있는 일이었죠

38
00:01:50,083 --> 00:01:53,208
세계 여성
체스 선수 1위가

39
00:01:54,000 --> 00:01:57,416
세계 최상위 남성 체스 선수와
맞붙는 거잖아요

40
00:01:58,458 --> 00:02:01,916
이 경기에
사람들은 흥미 있어 하면서도

41
00:02:02,708 --> 00:02:04,666
걱정하기도 했습니다

42
00:02:10,625 --> 00:02:12,458
'처참히 패배하려나?'
하고요

43
00:02:47,416 --> 00:02:51,125
"체스의 여왕"

44
00:03:03,458 --> 00:03:06,583
체스는
무한한 가능성이에요

45
00:03:12,708 --> 00:03:14,858
단단히 각오해야 하죠

46
00:03:14,958 --> 00:03:16,983
악수를 뒀더라도

47
00:03:17,083 --> 00:03:20,041
침착하게
다음 수를 봐야 해요

48
00:03:22,500 --> 00:03:25,208
언제나 새 가능성과
기회가 있어요

49
00:03:26,416 --> 00:03:30,291
삶과 마찬가지로
시련에 굴하지 않아야 해요

50
00:03:35,208 --> 00:03:38,000
경기는 진짜 끝날 때까지
끝난 게 아니에요

51
00:03:39,541 --> 00:03:40,900
"체스계를 경악시킨 소녀
체스 공주"

52
00:03:41,000 --> 00:03:42,858
"여성 세계 랭킹 1위
센세이션, 어린 챔피언"

53
00:03:42,958 --> 00:03:44,125
"폴가르 유디트를
기억하라"

54
00:03:45,583 --> 00:03:49,691
어릴 때 제 꿈은
세계 최고의 토너먼트에 출전해

55
00:03:49,791 --> 00:03:51,791
세계 정상급 선수들과
겨루는 거였어요

56
00:03:53,666 --> 00:03:56,750
근데 그 꿈을 이루는 건
불가능해 보였죠

57
00:03:58,291 --> 00:04:02,333
제 신분과 출신 때문에요

58
00:04:04,916 --> 00:04:07,333
오늘날 헝가리는
공산주의 정부가 다스립니다

59
00:04:07,750 --> 00:04:09,566
"헝가리 부다페스트
1970년대"

60
00:04:09,666 --> 00:04:11,733
현대 전체주의 국가죠

61
00:04:11,833 --> 00:04:13,608
언론의 자유는
짓밟혔습니다

62
00:04:13,708 --> 00:04:16,191
경제 침체
인플레이션 급증, 실업 문제

63
00:04:16,291 --> 00:04:19,941
수많은 헝가리인은 생계를 위해
여러 직업을 병행합니다

64
00:04:20,041 --> 00:04:21,916
자살률이 유럽에서
가장 높습니다

65
00:04:24,541 --> 00:04:26,691
세 딸이 태어났을 때

66
00:04:26,791 --> 00:04:28,775
집안 형편이 어려웠어요

67
00:04:28,875 --> 00:04:30,608
"폴가르 라슬로
유디트의 아버지"

68
00:04:30,708 --> 00:04:34,691
노동자들이 사는 지역의
허름한 집에서 살았습니다

69
00:04:34,791 --> 00:04:37,750
벽은 천장에서 바닥까지
전부 축축했죠

70
00:04:39,416 --> 00:04:42,208
딸들은
더 잘 살길 바랐어요

71
00:04:43,083 --> 00:04:48,608
그래서 천재들의 전기를
읽기 시작했습니다

72
00:04:48,708 --> 00:04:50,150
400권 넘게
읽었을 거예요

73
00:04:50,250 --> 00:04:51,733
"요반카 하우스카
인터내셔널 마스터"

74
00:04:51,833 --> 00:04:55,791
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
패턴을 연구한 거죠

75
00:04:56,833 --> 00:05:00,275
천재는 타고난 게 아니라
교육으로 일궈진단 걸 알게 됐어요

76
00:05:00,375 --> 00:05:01,750
"루돌프 안나
인터내셔널 마스터"

77
00:05:02,375 --> 00:05:04,816
그 천재들 모두
5살 때부터 시작해서

78
00:05:04,916 --> 00:05:10,958
한 분야를
매일 8-9시간씩 수련했어요

79
00:05:12,041 --> 00:05:15,150
폴가르 라슬로는
아내 클라라와 함께

80
00:05:15,250 --> 00:05:18,858
딸들을 천재로 키우기로
마음먹었어요

81
00:05:18,958 --> 00:05:20,608
이 실험을 통해서요

82
00:05:20,708 --> 00:05:23,400
"딸에게 억지로 체스를 시키려는
폭군 같은 아버지"

83
00:05:23,500 --> 00:05:26,316
많은 사람이
아동 학대에 가깝다고 생각했죠

84
00:05:26,416 --> 00:05:27,525
"모리스 애슐리
그랜드마스터"

85
00:05:27,625 --> 00:05:28,775
그런 강압이 나중에는

86
00:05:28,875 --> 00:05:31,541
딸들에게 악영향을
미칠 거라고요

87
00:05:34,916 --> 00:05:40,541
이 실험이 성공할 거라는 데
한 치의 의심도 없었습니다

88
00:05:42,958 --> 00:05:45,275
처음에는 잘하는 짓인지
확신이 없었어요

89
00:05:45,375 --> 00:05:46,650
"폴가르 클라라
유디트의 어머니"

90
00:05:46,750 --> 00:05:48,791
사실대로 말하는 거예요

91
00:05:49,916 --> 00:05:52,358
하지만
전 남편을 좋아했고

92
00:05:52,458 --> 00:05:54,250
그 사람 생각에도
수긍했어요

93
00:05:54,958 --> 00:05:56,208
그러니 왜 안 하겠어요?

94
00:05:57,416 --> 00:05:58,333
왜 체스였나요?

95
00:05:59,166 --> 00:06:03,816
아주 간단해요
체스판이 구하기도 쉽고

96
00:06:03,916 --> 00:06:05,458
저렴했거든요

97
00:06:06,291 --> 00:06:09,066
"수전, 유디트, 소피아"

98
00:06:09,166 --> 00:06:13,108
맏언니 수전은
저보다 7살이 많고

99
00:06:13,208 --> 00:06:16,125
소피아는
저보다 1살 반이 많아요

100
00:06:16,875 --> 00:06:19,375
체스 경력이
이미 좀 있는 상태였죠

101
00:06:20,750 --> 00:06:24,833
전 5살이 되던 해에
체스 훈련을 시작했어요

102
00:06:27,041 --> 00:06:31,083
체스의 기초는
아주 중요해요

103
00:06:32,541 --> 00:06:35,400
먼저 기물은 어떻게 움직이는지
배워야 합니다

104
00:06:35,500 --> 00:06:36,733
여섯 종류가 있죠

105
00:06:36,833 --> 00:06:38,858
나이트, 비숍, 룩, 폰...

106
00:06:38,958 --> 00:06:40,191
새 오프닝 전략들과

107
00:06:40,291 --> 00:06:41,900
시칠리안 디펜스
베를린 디펜스

108
00:06:42,000 --> 00:06:45,583
기물에서 손을 떼면
그 기물은 옮길 수 없습니다

109
00:06:49,250 --> 00:06:51,108
부모님은
학교에 다니는 게

110
00:06:51,208 --> 00:06:52,191
"폴가르 수전"

111
00:06:52,291 --> 00:06:55,375
적어도 학문적 측면에선
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셨어요

112
00:06:56,041 --> 00:06:57,916
그래서
홈스쿨링을 받았죠

113
00:06:59,750 --> 00:07:02,025
아빠가 도서관처럼
카드시스템을 만드셨어요

114
00:07:02,125 --> 00:07:03,000
"폴가르 소피아"

115
00:07:03,875 --> 00:07:07,291
각 카드에는
체스 전략과 전술을 적었죠

116
00:07:07,875 --> 00:07:11,375
수십만 개의 카드를
외워야 했어요

117
00:07:12,333 --> 00:07:16,233
아빠가 한쪽 벽에
아주 특별한 걸 만드셨는데

118
00:07:16,333 --> 00:07:18,916
체스판 30개를
그려놓은 거죠

119
00:07:19,791 --> 00:07:21,191
체스 퍼즐도 있고요

120
00:07:21,291 --> 00:07:25,000
우린 그 해법을
적어야 했어요

121
00:07:26,375 --> 00:07:27,608
집이 무척 가난했는데

122
00:07:27,708 --> 00:07:32,041
있는 돈은 전부
체스 수업과 훈련에 썼어요

123
00:07:33,166 --> 00:07:36,025
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
수업을 맡은 강사

124
00:07:36,125 --> 00:07:38,400
오후 2시부터 5시
수업을 맡은 강사가 있었고

125
00:07:38,500 --> 00:07:41,316
오후 5시부터 9시
수업을 맡은 강사까지 있었어요

126
00:07:41,416 --> 00:07:43,708
거의 온종일
체스를 둔 거예요

127
00:07:45,125 --> 00:07:49,125
토요일이고 일요일도 없고
생일이나 기념일도 없이요

128
00:07:52,083 --> 00:07:54,416
매일 훈련했습니다

129
00:07:55,541 --> 00:07:58,916
그래도 우리 애들은
즐겁게 보냈어요

130
00:08:06,375 --> 00:08:09,791
6살 때
첫 토너먼트에 나갔어요

131
00:08:10,375 --> 00:08:12,333
상대는
동네 주민들이었죠

132
00:08:13,541 --> 00:08:16,066
"유디트 대 이웃 주민"

133
00:08:16,166 --> 00:08:18,233
지금도 생생히
기억나는 게

134
00:08:18,333 --> 00:08:21,691
우승 상품이
작은 자석 체스 세트였어요

135
00:08:21,791 --> 00:08:24,000
우승해서 꼭 따고 싶었죠

136
00:08:27,958 --> 00:08:30,291
평소에는
수줍음 많은 아이였지만

137
00:08:31,541 --> 00:08:33,400
체스판 앞에만 앉으면

138
00:08:33,500 --> 00:08:34,833
제 세상이었죠

139
00:08:38,541 --> 00:08:42,250
전 가차 없는
킬러이자 공격수였고

140
00:08:42,958 --> 00:08:45,291
모든 게
흑백처럼 명확했어요

141
00:08:46,750 --> 00:08:47,900
"J. 폴가르
R. 도버이"

142
00:08:48,000 --> 00:08:48,816
"J. 폴가르"

143
00:08:48,916 --> 00:08:51,608
상대를 공격해
패배시키고 싶었고

144
00:08:51,708 --> 00:08:55,125
모든 걸 희생시켜서
체크메이트를 이루고 싶었죠

145
00:08:57,000 --> 00:08:58,458
"J. 폴가르
D. 바카"

146
00:09:00,500 --> 00:09:01,400
"J. 폴가르"

147
00:09:01,500 --> 00:09:02,750
결국 우승했고

148
00:09:04,208 --> 00:09:06,916
그 자석 체스 세트를
따냈어요

149
00:09:12,125 --> 00:09:15,416
경기를 이길 때마다 드는
그 감정이

150
00:09:16,041 --> 00:09:18,833
이루 말할 수 없이
강렬했어요

151
00:09:23,291 --> 00:09:24,441
그 후로

152
00:09:24,541 --> 00:09:27,650
제가 체스 선수가 되리란 건
불 보듯 뻔했어요

153
00:09:27,750 --> 00:09:29,166
딴 건 생각도 못 해봤죠

154
00:09:30,791 --> 00:09:35,250
그리고 최고가 되려면
많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해요

155
00:09:37,458 --> 00:09:40,025
아빠의 실험이 성공적임을
증명하기 위해선

156
00:09:40,125 --> 00:09:44,525
우리가 되도록 강한 상대와
경쟁해야 했어요

157
00:09:44,625 --> 00:09:46,291
즉, 남자 선수들이었죠

158
00:09:48,666 --> 00:09:51,000
하지만 우리가
남자 선수와 겨루겠다니까

159
00:09:51,750 --> 00:09:55,666
무슨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처럼
우릴 쳐다봤어요

160
00:09:57,500 --> 00:10:00,025
체스는
남성 중심의 스포츠였죠

161
00:10:00,125 --> 00:10:02,108
확실히 남성 위주였어요

162
00:10:02,208 --> 00:10:04,733
성별을 엄격히 분리했고

163
00:10:04,833 --> 00:10:09,041
여성이 남성 토너먼트에
출전하는 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

164
00:10:10,416 --> 00:10:15,025
여성 체스 선수는 점잖게 말하자면
존중받지 못했어요

165
00:10:15,125 --> 00:10:16,275
"보비 피셔
세계 체스 챔피언"

166
00:10:16,375 --> 00:10:19,066
- 여성 선수는 실력이 없나요?
- 아주 형편없죠

167
00:10:19,166 --> 00:10:21,250
여성 선수들은
머리가 딸리는 거 같아요

168
00:10:22,375 --> 00:10:24,483
모든 여성이 그렇다고
생각하시나요?

169
00:10:24,583 --> 00:10:25,875
아마도요

170
00:10:26,375 --> 00:10:29,458
실력 있는 여성 체스 선수는
한 명도 안 나왔잖아요

171
00:10:31,083 --> 00:10:32,566
"독자 투고:
여자는 태생이 멍청한가?"

172
00:10:32,666 --> 00:10:33,483
"논란이 뜨겁다"

173
00:10:33,583 --> 00:10:36,816
지적 능력이 있어야
체스를 이해할 수 있고

174
00:10:36,916 --> 00:10:39,108
경기를 이끌
유의미한 사고를 할 수 있죠

175
00:10:39,208 --> 00:10:40,483
"윌리엄 하츠턴
인터내셔널 마스터"

176
00:10:40,583 --> 00:10:42,791
또한 인품도 좋아야
경기를 잘할 수 있어요

177
00:10:43,291 --> 00:10:46,708
여성은 그 두 가지 측면 모두
부족한 것이 명백합니다

178
00:10:47,708 --> 00:10:49,775
황당한 생각이었지만

179
00:10:49,875 --> 00:10:52,983
우리 자매는
그걸 바꾸고 싶었어요

180
00:10:53,083 --> 00:10:54,083
어떻게 해서든지요

181
00:10:55,458 --> 00:10:57,583
국외 토너먼트에
나갈 수만 있다면

182
00:10:58,166 --> 00:11:00,875
우리 능력을 전 세계에
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죠

183
00:11:04,958 --> 00:11:07,066
당시 헝가리는
공산주의 국가여서

184
00:11:07,166 --> 00:11:10,191
국외로 나가려면
허가를 받아야 했어요

185
00:11:10,291 --> 00:11:12,233
그냥 토너먼트에
나가는 건데도

186
00:11:12,333 --> 00:11:14,250
정부에 밉보여선 안 됐죠

187
00:11:15,416 --> 00:11:18,666
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고
남들과 다른 행보를 원하잖아요?

188
00:11:19,375 --> 00:11:22,166
예를 들어
자녀에게 홈스쿨링을 시키고

189
00:11:22,666 --> 00:11:24,983
여자애가 남자랑
겨루겠다고 하는 거요?

190
00:11:25,083 --> 00:11:27,858
그런 건 공산주의 정부에서
절대 용납할 리 없었죠

191
00:11:27,958 --> 00:11:29,358
"여행 허가 신청 불허"

192
00:11:29,458 --> 00:11:30,983
다른 여성 선수들과 달리

193
00:11:31,083 --> 00:11:33,275
우린 동구권 밖으로 나가는 게
종종 금지됐어요

194
00:11:33,375 --> 00:11:35,941
"폴가르 자매의 출전은
여성 청소년 대회에 힘이 될 것"

195
00:11:36,041 --> 00:11:38,650
공산주의 정권 아래에선
하라는 대로 안 하면

196
00:11:38,750 --> 00:11:40,025
"심각한 처벌에 처할 수도"

197
00:11:40,125 --> 00:11:43,666
본인은 물론이고 일가족이
그 대가를 치러야 하죠

198
00:11:45,375 --> 00:11:49,275
때로 경찰이
기관총을 들고

199
00:11:49,375 --> 00:11:51,316
출동해서는

200
00:11:51,416 --> 00:11:54,291
아침에 우릴 침대에서
끌어내곤 했습니다

201
00:11:55,583 --> 00:11:58,858
그런 일들이 있었어요
경찰이 와서는

202
00:11:58,958 --> 00:12:02,400
우릴 정신 병원에
가두거나

203
00:12:02,500 --> 00:12:04,583
구치소에 집어넣었죠

204
00:12:05,958 --> 00:12:07,858
이런 말도 하더라고요

205
00:12:07,958 --> 00:12:11,483
우리 애들을
데려가 버리겠다고요

206
00:12:11,583 --> 00:12:14,483
우리 자식들을
데려가겠다니

207
00:12:14,583 --> 00:12:15,583
심정이 어땠겠어요

208
00:12:17,875 --> 00:12:21,625
아빠는 자신의 실험이 타당함을
입증하려고 하셨어요

209
00:12:22,375 --> 00:12:25,833
자신이 꿈꾸는 삶을 위해
싸울 준비가 되어있으셨고요

210
00:12:26,791 --> 00:12:29,958
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
'다시 체스판에 가 앉아'

211
00:12:30,458 --> 00:12:34,150
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
더 열심히 해서

212
00:12:34,250 --> 00:12:36,041
결과를 보여주는 거였죠

213
00:12:39,666 --> 00:12:44,125
기본적으로 우린 헝가리와
동유럽에서만 경기할 수 있었어요

214
00:12:46,333 --> 00:12:50,750
제 상대는 성인들이었고
경기할 때마다 이겼으니...

215
00:12:55,416 --> 00:12:57,791
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죠

216
00:13:00,708 --> 00:13:03,025
블라인드 체스도
엄청 했어요

217
00:13:03,125 --> 00:13:04,000
폰을 e4로

218
00:13:05,750 --> 00:13:07,150
나이트를 c3으로

219
00:13:07,250 --> 00:13:08,458
나이트를 f7로

220
00:13:09,750 --> 00:13:11,625
체크메이트네요

221
00:13:12,875 --> 00:13:15,191
모든 경기를 이기는 게
목표였어요

222
00:13:15,291 --> 00:13:19,275
물론 제 진짜 꿈은
세계 상위 10위에 드는 거였죠

223
00:13:19,375 --> 00:13:20,983
최고의 반열에 드는 거요

224
00:13:21,083 --> 00:13:23,066
"작은 챔피언의
모든 수가 완벽한 수"

225
00:13:23,166 --> 00:13:28,108
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는
소련의 가리 카스파로프였어요

226
00:13:28,208 --> 00:13:31,708
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
롤 모델로 따랐던 사람이었죠

227
00:13:34,500 --> 00:13:36,525
새 체스 챔피언이
왕좌에 올랐습니다

228
00:13:36,625 --> 00:13:38,025
이름은
가리 카스파로프로

229
00:13:38,125 --> 00:13:41,150
전 세계에서
역대 최연소 체스 챔피언입니다

230
00:13:41,250 --> 00:13:43,125
우린 카펫 위에 모여 앉아

231
00:13:44,416 --> 00:13:47,650
그의 경기 중계방송을 보며
많은 걸 배우곤 했어요

232
00:13:47,750 --> 00:13:50,900
카스파로프는 래리 버드나
마이클 조던급 상대 선수죠

233
00:13:51,000 --> 00:13:54,566
굴복 없는 야망과 끊임없는 노력
철저한 자기 관리

234
00:13:54,666 --> 00:13:56,525
어느 속도에서든
최고입니다

235
00:13:56,625 --> 00:13:59,483
제 타이틀을 뺏을 사람이
누가 있을까 싶습니다

236
00:13:59,583 --> 00:14:02,333
저 스스로
무너지지 않는 한이요

237
00:14:03,541 --> 00:14:08,025
그의 경기 방식과 오프닝 전략
어떤 수를 놓는지 유심히 관찰하고

238
00:14:08,125 --> 00:14:09,500
그걸 따라 했어요

239
00:14:11,791 --> 00:14:13,625
카스파로프는
공격적이었어요

240
00:14:14,250 --> 00:14:16,041
저 역시 공격적이었죠

241
00:14:17,583 --> 00:14:19,333
카스파로프의
왕팬이었어요

242
00:14:22,416 --> 00:14:25,250
벌써 그와 대국할 날을
꿈꿨어요

243
00:14:32,000 --> 00:14:33,733
우리 가족 전설에 따르면

244
00:14:33,833 --> 00:14:37,000
제가 체스에 눈뜬 건
5살 반쯤 먹었을 때래요

245
00:14:39,291 --> 00:14:42,666
아제르바이잔 바쿠의
어느 겨울날 저녁이었죠

246
00:14:43,500 --> 00:14:46,875
소비에트 연방 최남단이었던
그 도시에서 나고 자랐어요

247
00:14:47,375 --> 00:14:52,291
부모님이 지역 신문에 난
체스 퍼즐을 풀고 계신 걸 봤죠

248
00:14:57,250 --> 00:15:00,858
그 게임의 비밀에
완전히 매료됐어요

249
00:15:00,958 --> 00:15:03,416
단지 64칸에 32개 기물로
하는 게임에요

250
00:15:05,250 --> 00:15:08,566
그 순간 그 게임에
푹 빠져들었고

251
00:15:08,666 --> 00:15:10,750
열정이 불타오른 거죠

252
00:15:11,541 --> 00:15:13,083
천생연분이었어요

253
00:15:16,666 --> 00:15:20,750
소련에서 체스는
정치적 무기로 여겨졌습니다

254
00:15:21,333 --> 00:15:24,400
퇴폐적인 서구에 대한
공산주의 정권의 지적 우월성을

255
00:15:24,500 --> 00:15:26,625
단적으로 보여주는
예였던 거죠

256
00:15:28,208 --> 00:15:30,041
방대한 네트워크가
존재해서

257
00:15:30,583 --> 00:15:32,983
재능 있는 선수들을
발굴하고

258
00:15:33,083 --> 00:15:35,375
그 재능을 키우게
도와줬어요

259
00:15:38,208 --> 00:15:39,900
덕분에 제가
빠르게 성장했죠

260
00:15:40,000 --> 00:15:42,150
제 재능이
조기에 발견됐으니까요

261
00:15:42,250 --> 00:15:43,650
"한 학생의 밝은 미래"

262
00:15:43,750 --> 00:15:45,233
"동방에서 떠오르는 별"

263
00:15:45,333 --> 00:15:47,041
"카스파로프
미래 세계 챔피언?"

264
00:15:47,583 --> 00:15:50,191
소련 체스가 곧 체스였어요
두말할 거 없죠

265
00:15:50,291 --> 00:15:53,083
전 세계 체스판을
장악했어요

266
00:15:53,875 --> 00:15:58,750
남자부와 여자부 챔피언을
해를 거듭하며 배출했습니다

267
00:15:59,750 --> 00:16:02,316
거물들한테
배우고 싶다고 한다면

268
00:16:02,416 --> 00:16:04,416
단연코 소련 체스파였죠

269
00:16:07,000 --> 00:16:11,708
그들이 당시
체스 세계 랭킹을 장악했어요

270
00:16:16,708 --> 00:16:21,500
그때 수전은 여러 큰 대회에서
이미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어요

271
00:16:22,083 --> 00:16:27,125
1984년에는 수전이
전 세계 여자부 랭킹 1위였죠

272
00:16:27,666 --> 00:16:31,191
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들을
내기 시작한 거예요

273
00:16:31,291 --> 00:16:32,525
오늘 국제 뉴스에서는...

274
00:16:32,625 --> 00:16:34,025
헝가리 출신의
폴가르 수전입니다

275
00:16:34,125 --> 00:16:35,608
폴가르 수전은
최고의 여성...

276
00:16:35,708 --> 00:16:38,941
- 최고의 여성 체스 선수...
- 세계 최고 레이팅의 여성 선수죠

277
00:16:39,041 --> 00:16:41,025
"15세에 최고 레이팅
체스계에 도전하는 소녀"

278
00:16:41,125 --> 00:16:44,608
아무리 절 억누르려 해도
그러지 못했다는 점이

279
00:16:44,708 --> 00:16:45,858
정말 뿌듯했어요

280
00:16:45,958 --> 00:16:49,150
한 전문가는 폴가르 수전을
체스계 모차르트라 일컬었습니다

281
00:16:49,250 --> 00:16:51,500
두 영재 동생도
성공을 거뒀죠

282
00:16:52,541 --> 00:16:56,250
기자들이 헝가리로 와서
인터뷰를 요청했어요

283
00:16:57,375 --> 00:17:00,441
그들이 의아해했던 건
다름 아닌 이거였어요

284
00:17:00,541 --> 00:17:04,775
어떻게 세계 1위 여성 선수가
동구권 밖으로 여행하는 게

285
00:17:04,875 --> 00:17:06,066
허용되지 않는지요

286
00:17:06,166 --> 00:17:08,233
"헝가리 민간 당국과
오랜 갈등"

287
00:17:08,333 --> 00:17:12,650
언론인들은 말하길
만약 헝가리 당국이

288
00:17:12,750 --> 00:17:18,608
폴가르 가족에 대한 차별을
중단하지 않으면

289
00:17:18,708 --> 00:17:23,316
인권을 침해한 혐의로
헝가리에 대항하는

290
00:17:23,416 --> 00:17:26,275
국제적 싸움을
시작하겠다고요

291
00:17:26,375 --> 00:17:28,483
"부다페스트의 세 자매
남성 체스계에 도전하려다가"

292
00:17:28,583 --> 00:17:29,650
"전부 잃을 수도"

293
00:17:29,750 --> 00:17:32,941
그렇게 부정적인 보도가
계속되자

294
00:17:33,041 --> 00:17:36,333
헝가리 정부는
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느꼈고

295
00:17:37,333 --> 00:17:41,025
결국 우리가
서구로 여행할 수 있도록

296
00:17:41,125 --> 00:17:43,083
여권을 발급해
줘야 했어요

297
00:17:43,625 --> 00:17:44,750
그때 정말 신났죠

298
00:17:46,416 --> 00:17:50,666
우리 능력을
전 세계에 보여주길 꿈꿨는데

299
00:17:52,208 --> 00:17:53,416
이제 그럴 수 있었어요

300
00:17:53,958 --> 00:17:56,875
"그리스 테살로니키"

301
00:17:58,208 --> 00:18:02,150
1988년 체스 올림피아드에
100개국 넘게 참가했어요

302
00:18:02,250 --> 00:18:04,066
"28회 체스 올림피아드
11월 12일 - 30일"

303
00:18:04,166 --> 00:18:07,750
각 국가에서
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했습니다

304
00:18:08,625 --> 00:18:13,191
헝가리에선
우리 세 자매를 보내기로 했고

305
00:18:13,291 --> 00:18:17,250
네 번째 선수로 마들 일디코가
올림피아드에 출전했어요

306
00:18:19,291 --> 00:18:22,983
여자부 올림피아드에서
여자 선수만을 상대로

307
00:18:23,083 --> 00:18:25,375
경기한다는 게
이상했어요

308
00:18:25,916 --> 00:18:27,750
그래도 예외로
치기로 했죠

309
00:18:28,625 --> 00:18:32,025
드디어 우리 능력을
보여줄 수 있게 됐으니까요

310
00:18:32,125 --> 00:18:35,125
세계를 상대로 한
싸움이었어요

311
00:18:36,166 --> 00:18:38,000
오늘 밤
FIDE를 대표해

312
00:18:38,708 --> 00:18:41,958
28회 체스 올림피아드에 오신
여러분을 환영합니다

313
00:18:44,833 --> 00:18:47,025
체스 올림피아드는
체스계 올림픽이에요

314
00:18:47,125 --> 00:18:50,566
최대의 팀 대항전이고
가장 명망 높은 대회죠

315
00:18:50,666 --> 00:18:52,858
그야말로 모두가
거기에 옵니다

316
00:18:52,958 --> 00:18:54,483
국가 대표팀으로 출전해

317
00:18:54,583 --> 00:18:58,791
지상 가장 강력한 체스 국가를
가려내는 자리예요

318
00:19:00,000 --> 00:19:01,233
두 부문이 있습니다

319
00:19:01,333 --> 00:19:04,958
남자부 대회와
여자부 올림피아드죠

320
00:19:06,583 --> 00:19:10,441
2주간 매일 경기하는데
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맞붙고

321
00:19:10,541 --> 00:19:13,066
다음 날
또 다른 국가와 맞붙어요

322
00:19:13,166 --> 00:19:16,291
한 경기당 획득할 수 있는
최고점은 3점이고

323
00:19:16,833 --> 00:19:19,083
최고 득점 팀이
금메달을 따는 거죠

324
00:19:20,333 --> 00:19:23,941
대회장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
진짜 신기했어요

325
00:19:24,041 --> 00:19:25,583
어린애들이었잖아요

326
00:19:27,375 --> 00:19:32,708
체스계의 주옥같은 선수들을
그때 처음으로 직접 본 거예요

327
00:19:34,125 --> 00:19:36,083
저기 카스파로프가 있어

328
00:19:40,000 --> 00:19:43,566
수전이 가리 카스파로프와
얘기하는 걸 봤어요

329
00:19:43,666 --> 00:19:46,191
그걸 보며 소피아와 저는

330
00:19:46,291 --> 00:19:48,525
미소를 머금고
실실거렸죠

331
00:19:48,625 --> 00:19:52,333
'와, 우와, 카스파로프가
우리랑 얘기하고 있어'

332
00:19:53,500 --> 00:19:56,441
폴가르 자매를 선택한 데는
많은 논란이 있었어요

333
00:19:56,541 --> 00:19:57,733
너무 어린 팀이니까요

334
00:19:57,833 --> 00:20:03,291
10대 소녀들 팀이
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루다니요

335
00:20:03,833 --> 00:20:07,108
출중한 신입들이었지만
대개는 비웃으며 말했어요

336
00:20:07,208 --> 00:20:09,666
'됐고
저기 소련팀 있네'

337
00:20:12,541 --> 00:20:14,541
소련이 체스계를
지배했죠

338
00:20:16,625 --> 00:20:20,191
올림피아드 정상의 자리를
30년 넘게 차지하고 있었어요

339
00:20:20,291 --> 00:20:22,291
감히 넘볼 수도
없었습니다

340
00:20:22,958 --> 00:20:24,400
선수 여러분

341
00:20:24,500 --> 00:20:25,983
"1라운드
헝가리 대 오스트레일리아"

342
00:20:26,083 --> 00:20:27,958
모두 앉아 주십시오

343
00:20:29,250 --> 00:20:30,983
"헝가리
폴가르 주저, 폴가르 J."

344
00:20:31,083 --> 00:20:32,875
경기장으로 들어가

345
00:20:33,541 --> 00:20:35,083
자리에 앉았어요

346
00:20:36,166 --> 00:20:38,025
제가 1번 보드에서
경기하고

347
00:20:38,125 --> 00:20:41,291
유디트는 제 바로 옆
2번 보드에서 경기했어요

348
00:20:41,791 --> 00:20:45,750
마들 일디코가 3번 보드였고
전 후보 선수로 뒷받침했죠

349
00:20:48,083 --> 00:20:49,983
기물을 정리하고

350
00:20:50,083 --> 00:20:54,483
긴장돼서
다리를 막 떨었어요

351
00:20:54,583 --> 00:20:57,816
정신적인 준비가 됐는지
곱씹어 봤죠

352
00:20:57,916 --> 00:21:00,875
곧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
겨룰 테니까요

353
00:21:02,875 --> 00:21:04,791
긴장감이 고조됐어요

354
00:21:13,875 --> 00:21:17,750
일단 경기가 시작되니
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죠

355
00:21:20,000 --> 00:21:24,316
체스판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
전부 외면하고

356
00:21:24,416 --> 00:21:26,333
경기에만 집중했어요

357
00:21:28,750 --> 00:21:30,775
"헝가리 대 오스트레일리아"

358
00:21:30,875 --> 00:21:33,625
"폴가르 주저 1
폴가르 J. 1, 마들 I. 1"

359
00:21:35,333 --> 00:21:37,083
"2라운드
헝가리 대 프랑스"

360
00:21:40,875 --> 00:21:42,983
"폴가르 주저 1, 폴가르 J. 1
폴가르 조피어 1"

361
00:21:43,083 --> 00:21:44,833
"헝가리 대 프랑스"

362
00:21:51,708 --> 00:21:54,691
경기를 해나가면서
제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

363
00:21:54,791 --> 00:21:57,358
경기를 치를 때마다
이겼어요

364
00:21:57,458 --> 00:22:00,066
"유디트
승 - 패"

365
00:22:00,166 --> 00:22:03,166
네, 유디트는
센세이션을 일으켰죠

366
00:22:05,250 --> 00:22:08,358
유디트가 처음 몇 경기에서
이기고 나니

367
00:22:08,458 --> 00:22:10,958
사람들이 유디트를
두려워하기 시작했어요

368
00:22:12,666 --> 00:22:13,900
"헝가리, 프랑스, 스웨덴, 미국"

369
00:22:14,000 --> 00:22:15,483
유디트가
자리에 앉기만 하면

370
00:22:15,583 --> 00:22:17,958
이길 확률이 높다는 걸
알았어요

371
00:22:19,083 --> 00:22:20,566
"헝가리"

372
00:22:20,666 --> 00:22:25,375
체스 실력이 뛰어난 어린 소녀를
보는 게 생소한 일이었죠

373
00:22:26,500 --> 00:22:28,191
무척 드문 일이었어요

374
00:22:28,291 --> 00:22:33,441
12살짜리의 어린 소녀가
반쯤 말총머리를 한 채 앉아서

375
00:22:33,541 --> 00:22:35,125
경기장을 장악한 거예요

376
00:22:37,333 --> 00:22:41,166
상대 선수를
가여운 희생자로 만들었어요

377
00:22:43,916 --> 00:22:46,358
입소문이 퍼져서
어느 순간엔

378
00:22:46,458 --> 00:22:48,916
수많은 사람이
경기장에 구경하러 왔죠

379
00:22:50,083 --> 00:22:52,191
일종의 폴가르 마니아가
형성됐어요

380
00:22:52,291 --> 00:22:54,733
폴가르 자매는
진정한 체스 센세이션입니다

381
00:22:54,833 --> 00:22:56,650
재능이 정말 엄청납니다

382
00:22:56,750 --> 00:23:00,191
이제 12살인 유디트는
그 나이대 최고의 선수입니다

383
00:23:00,291 --> 00:23:02,108
유디트 실력이
가장 뛰어나요

384
00:23:02,208 --> 00:23:05,275
저도 그 나이 때 실력이
그만큼 뛰어났으면 좋았겠죠

385
00:23:05,375 --> 00:23:09,775
유디트는 우선 여자부에서
세계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

386
00:23:09,875 --> 00:23:11,291
그건 확실합니다

387
00:23:12,250 --> 00:23:16,000
유디트가 매 수 놓을 때마다
쏟아붓는 그 에너지는

388
00:23:16,541 --> 00:23:19,291
여성 체스에선
못 보던 거였어요

389
00:23:20,416 --> 00:23:22,000
전 무척 잘했지만

390
00:23:22,500 --> 00:23:25,833
소련팀도
말도 못 하게 잘했어요

391
00:23:27,250 --> 00:23:29,316
"10라운드 순위표
1. 소련, 2. 헝가리"

392
00:23:29,416 --> 00:23:32,608
폴가르 자매가 러시아 여성 팀의
전유물로 여겨지는

393
00:23:32,708 --> 00:23:35,875
금메달을 빼앗기 위해선
기적이 필요해 보입니다

394
00:23:36,416 --> 00:23:40,150
우리 팀원이었던 마들 일디코가
이런 말을 했어요

395
00:23:40,250 --> 00:23:43,541
'지금 은메달을 준다고 하면
난 그냥 받아들일래'

396
00:23:44,208 --> 00:23:49,816
하지만 유디트는 처음부터
우리의 목표가 금메달이라 믿었고

397
00:23:49,916 --> 00:23:52,291
그 믿음이
모두에게 전염됐죠

398
00:24:00,166 --> 00:24:03,125
"헝가리 11라운드
수전, 유디트, 소피아"

399
00:24:06,166 --> 00:24:08,816
유디트는 계속해서
매 경기에서 이겼어요

400
00:24:08,916 --> 00:24:10,441
"수전, 유디트, 일디코"

401
00:24:10,541 --> 00:24:14,900
수전과 일디코, 그리고 저도
각자 몫을 다했죠

402
00:24:15,000 --> 00:24:17,958
"수전, 유디트, 일디코"

403
00:24:20,375 --> 00:24:23,150
"순위표
1. 소련, 2. 헝가리"

404
00:24:23,250 --> 00:24:24,066
"14라운드"

405
00:24:24,166 --> 00:24:25,900
이제 마지막 라운드였고

406
00:24:26,000 --> 00:24:27,775
엄청난 긴장감이
감돌았죠

407
00:24:27,875 --> 00:24:31,066
우리가 금메달을
거머쥐느냐 마느냐가

408
00:24:31,166 --> 00:24:33,958
바로 여기에
달려 있었으니까요

409
00:24:34,541 --> 00:24:38,583
소련이 왕좌를 뺏길 거라고
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

410
00:24:42,166 --> 00:24:43,750
전 금세 이겼어요

411
00:24:44,750 --> 00:24:46,733
마들 일디코는
무승부였죠

412
00:24:46,833 --> 00:24:49,108
"헝가리 14라운드
수전, 유디트, 일디코"

413
00:24:49,208 --> 00:24:51,025
이제 성패의 관건은

414
00:24:51,125 --> 00:24:55,108
수전이 피아 크람링과 겨뤄야 하는
경기에 달리게 됐어요

415
00:24:55,208 --> 00:24:57,583
피아는 아주 뛰어난
여성 선수였죠

416
00:25:01,916 --> 00:25:03,900
위협적인 경기였지만

417
00:25:04,000 --> 00:25:06,750
최대한 호수를
두려고 노력했어요

418
00:25:14,041 --> 00:25:15,650
마지막 순간까지

419
00:25:15,750 --> 00:25:19,458
과연 우리가 금메달을 딸지
알 수가 없었어요

420
00:25:24,625 --> 00:25:25,900
라운드가 끝난 뒤에야

421
00:25:26,000 --> 00:25:28,541
우리가 금메달을
딴 걸 알았죠

422
00:25:38,208 --> 00:25:40,291
그때 진짜 행복했어요

423
00:25:42,375 --> 00:25:44,566
총 33점을 획득하며

424
00:25:44,666 --> 00:25:48,066
헝가리팀이
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

425
00:25:48,166 --> 00:25:52,900
유디트가 경기장에 들어와
그냥 모두를 제압했어요

426
00:25:53,000 --> 00:25:54,275
진 경기가 없었고

427
00:25:54,375 --> 00:25:56,650
정말 그야말로 놀라웠죠

428
00:25:56,750 --> 00:26:00,150
폴가르 자매가 누군지
전 세계에 보여준 대회였어요

429
00:26:00,250 --> 00:26:03,816
금메달의 주인은
헝가리팀입니다

430
00:26:03,916 --> 00:26:08,958
전 세계가 우리를
응원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

431
00:26:16,208 --> 00:26:18,775
고국에선 별로
느껴보지 못한

432
00:26:18,875 --> 00:26:21,833
희망적인 느낌이 든
순간이었어요

433
00:26:33,291 --> 00:26:38,333
테살로니키에서
부다페스트 공항으로 돌아왔는데

434
00:26:39,458 --> 00:26:43,166
예상하지 못한 상황이
갑자기 펼쳐졌어요

435
00:26:43,833 --> 00:26:45,291
사람들이
우릴 기다리고 있었죠

436
00:26:47,875 --> 00:26:49,583
"금메달을 안겨준
테살로니키"

437
00:26:50,625 --> 00:26:52,150
"여성 선수들에게 경의를!"

438
00:26:52,250 --> 00:26:54,191
체스 올림피아드로
인생이 바뀌었죠

439
00:26:54,291 --> 00:26:55,733
"훌륭했어요
소녀들!"

440
00:26:55,833 --> 00:26:59,166
떠날 때는 천덕꾸러기였지만
금을 안고 돌아왔으니까요

441
00:27:03,875 --> 00:27:08,275
헝가리 국가가
폴가르 가족을 인정해 줬어요

442
00:27:08,375 --> 00:27:10,500
사실상 처음으로요

443
00:27:14,958 --> 00:27:17,583
우린 의회에 초청받았고

444
00:27:18,083 --> 00:27:21,958
당시 대통령이
우리와 함께 기념했어요

445
00:27:23,208 --> 00:27:26,358
폴가르 라슬로 씨는
이제 좀 만족하십니까?

446
00:27:26,458 --> 00:27:28,650
아니라고 하면
거짓말이겠죠

447
00:27:28,750 --> 00:27:33,066
정부와 체스 협회를 비롯해
모두의 어조가 달라졌어요

448
00:27:33,166 --> 00:27:34,458
칭찬 일색이었죠

449
00:27:35,708 --> 00:27:38,066
정치 풍토가
변하고 있었어요

450
00:27:38,166 --> 00:27:40,775
베를린 장벽이
곧 무너질 터였죠

451
00:27:40,875 --> 00:27:43,691
그런 시국과
우리의 올림피아드 우승으로

452
00:27:43,791 --> 00:27:47,291
국외로 나가는 게
훨씬 수월해졌어요

453
00:27:49,125 --> 00:27:52,608
유디트는 그해에
여러 토너먼트에서 우승했고

454
00:27:52,708 --> 00:27:55,900
자매간 경쟁의식은
없었어요

455
00:27:56,000 --> 00:27:58,941
우린 모두 유디트에게
한계는 없다고 믿었거든요

456
00:27:59,041 --> 00:28:01,566
여성 세계 챔피언은
언제쯤 나올까요?

457
00:28:01,666 --> 00:28:03,733
그 챔피언이
지금 제 옆에 있을지도요

458
00:28:03,833 --> 00:28:04,875
모르겠어요

459
00:28:05,833 --> 00:28:06,650
"유디트의 레이팅"

460
00:28:06,750 --> 00:28:08,650
세상에 이런
선수는 없었습니다

461
00:28:08,750 --> 00:28:10,775
대회를 거듭할수록
실력이 늘어요

462
00:28:10,875 --> 00:28:11,916
두려울 정도입니다

463
00:28:13,750 --> 00:28:16,650
반년 만에 레이팅 점수를
200점 올렸는데

464
00:28:16,750 --> 00:28:18,358
굉장한 일이었죠

465
00:28:18,458 --> 00:28:19,858
"유디트의 레이팅"

466
00:28:19,958 --> 00:28:22,775
체스에는
레이팅 시스템이 있고

467
00:28:22,875 --> 00:28:24,166
매우 단순합니다

468
00:28:24,666 --> 00:28:27,500
두 선수가 겨루는데
둘 다 레이팅이 있어요

469
00:28:28,208 --> 00:28:29,691
상대가 날 이기면

470
00:28:29,791 --> 00:28:32,875
상대는 점수를 따고
난 점수를 잃습니다

471
00:28:33,541 --> 00:28:34,900
"여자 상위 선수
1. 폴가르 유디트"

472
00:28:35,000 --> 00:28:39,500
전 12살에
세계 1위 여성 선수가 됐어요

473
00:28:40,500 --> 00:28:42,375
거기서 멈추진 않았죠

474
00:28:42,875 --> 00:28:44,941
"12살에
여성 최고 체스 선수"

475
00:28:45,041 --> 00:28:48,250
그랜드마스터가 되고 싶고
그다음에는

476
00:28:48,791 --> 00:28:50,916
레이팅이 쭉
올랐으면 좋겠어요

477
00:28:52,875 --> 00:28:57,191
그랜드마스터가 되기 위해선
레이팅이 2500 이상이어야 하고

478
00:28:57,291 --> 00:29:00,441
3개의 경쟁이 치열한
토너먼트에서

479
00:29:00,541 --> 00:29:02,566
우수한 성적을
거둬야 해요

480
00:29:02,666 --> 00:29:05,275
"유디트, 성인 그랜드마스터들을
상대로 우승"

481
00:29:05,375 --> 00:29:08,566
유디트는 기존 기록들을
갈아치우고 있었어요

482
00:29:08,666 --> 00:29:10,816
전 세계는
열렬한 관심을 보였죠

483
00:29:10,916 --> 00:29:14,025
과연 유디트가
해낼 수 있을까 하고요

484
00:29:14,125 --> 00:29:16,858
보비 피셔가 33년째
보유하고 있던

485
00:29:16,958 --> 00:29:21,416
최연소 그랜드마스터 획득이라는
기록을 깨는 거요

486
00:29:22,583 --> 00:29:25,583
매달 유디트의 사진이
잡지에 실렸고

487
00:29:26,541 --> 00:29:28,208
모두가 유디트의
행보를 살폈어요

488
00:29:29,708 --> 00:29:32,625
"비켜요, 피셔
폴가르 유디트가 등장합니다"

489
00:29:34,208 --> 00:29:36,416
1991년에

490
00:29:36,916 --> 00:29:39,233
헝가리 슈퍼 챔피언십에
나갔어요

491
00:29:39,333 --> 00:29:42,816
그때 전
15세 4개월이었죠

492
00:29:42,916 --> 00:29:46,400
"보비 피셔, 15세 6개월에
그랜드마스터 랭킹 획득"

493
00:29:46,500 --> 00:29:50,025
그때가 보비 피셔의 기록을 깰
마지막 기회였어요

494
00:29:50,125 --> 00:29:53,233
"유디트 대 피셔의 기록"

495
00:29:53,333 --> 00:29:55,566
"톨너이 티보르
레이팅 2480"

496
00:29:55,666 --> 00:29:57,916
역대 가장 치열한
헝가리 챔피언십이었어요

497
00:29:58,625 --> 00:30:01,066
헝가리의 체스 고수가
전부 출전했죠

498
00:30:01,166 --> 00:30:02,316
"셕스 줄러
레이팅 2600"

499
00:30:02,416 --> 00:30:04,708
아무도 절
경쟁자로 안 봤어요

500
00:30:06,875 --> 00:30:08,625
"폴가르 대 셕스"

501
00:30:11,958 --> 00:30:13,441
"폴가르 대 그로스페테르"

502
00:30:13,541 --> 00:30:14,875
전 꽤 잘했고

503
00:30:16,333 --> 00:30:17,941
사람들은
충격에 휩싸였어요

504
00:30:18,041 --> 00:30:20,775
"폴가르 대 톨너이"

505
00:30:20,875 --> 00:30:22,833
"마지막 라운드"

506
00:30:23,416 --> 00:30:24,983
마지막 라운드 때

507
00:30:25,083 --> 00:30:27,441
전 흑색 기물을 잡고

508
00:30:27,541 --> 00:30:30,291
헝가리 그랜드마스터인
톨너이 티보르를 상대했어요

509
00:30:33,083 --> 00:30:36,566
톨너이 티보르와의 경기에서
무승부만 나와도

510
00:30:36,666 --> 00:30:38,875
그랜드마스터가
되는 거였어요

511
00:30:42,791 --> 00:30:47,525
하지만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고
헝가리 챔피언이 되려면

512
00:30:47,625 --> 00:30:49,000
경기에서 이겨야 했죠

513
00:30:49,500 --> 00:30:50,708
난감한 상황인 거예요

514
00:30:57,833 --> 00:30:59,025
선택해야 했죠

515
00:30:59,125 --> 00:31:03,708
무승부로 경기를 끝내고
그랜드마스터가 될지

516
00:31:04,333 --> 00:31:09,583
아니면 전력을 다해서
챔피언십에서 우승까지 할지요

517
00:31:10,833 --> 00:31:13,525
체스 선수 대부분은
무승부로 끝낼 거예요

518
00:31:13,625 --> 00:31:15,691
국가 챔피언십에선
지더라도요

519
00:31:15,791 --> 00:31:20,000
대신 그랜드마스터 타이틀을 얻고
역사를 만드는 거죠

520
00:31:21,500 --> 00:31:24,375
경기에서 지면
둘 다 놓치는 거고요

521
00:31:26,875 --> 00:31:28,875
아주 형편없죠

522
00:31:29,833 --> 00:31:31,875
여성 선수들은
머리가 딸리는 거 같아요

523
00:31:33,958 --> 00:31:36,400
보비 피셔의 기록도
깨고 싶었지만

524
00:31:36,500 --> 00:31:39,275
그 토너먼트에서
우승도 하고 싶었어요

525
00:31:39,375 --> 00:31:41,250
유디트는
더 위험한 길을 택했죠

526
00:31:44,458 --> 00:31:46,666
보고 있는 제가
막 긴장됐어요

527
00:31:50,291 --> 00:31:54,125
전 매우 전술적이고
위험한 포지션으로 경기했고...

528
00:31:57,375 --> 00:31:59,666
중앙을 무너뜨리고
있었어요

529
00:32:01,166 --> 00:32:02,566
그러다 어느 순간에

530
00:32:02,666 --> 00:32:05,291
상대방의 허를 찌르는
수를 뒀죠

531
00:32:08,291 --> 00:32:09,566
"20수"

532
00:32:09,666 --> 00:32:13,083
가장자리에 있던 나이트를
c4로 옮긴 거예요

533
00:32:19,166 --> 00:32:22,041
이제 전 이 폰을 잡을
위협을 가했죠

534
00:32:22,541 --> 00:32:24,608
백은 제 나이트를
잡을 수 없어요

535
00:32:24,708 --> 00:32:26,916
그랬다간
저한테 다시 잡힌 다음...

536
00:32:29,416 --> 00:32:33,541
제가 퀸과 비숍을
동시에 공격하면

537
00:32:34,291 --> 00:32:36,666
백은 완전히
잃는 거거든요

538
00:32:41,500 --> 00:32:44,916
때로는 단 한 수가
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죠

539
00:32:50,583 --> 00:32:52,500
그렇게 몇 수 후에...

540
00:32:56,791 --> 00:32:57,625
제가 이겼어요

541
00:33:09,166 --> 00:33:13,566
전 15세 4개월에
그랜드마스터가 됐고

542
00:33:13,666 --> 00:33:15,125
보비 피셔의
기록을 깼습니다

543
00:33:17,750 --> 00:33:19,775
"헝가리 소녀
최연소 그랜드마스터"

544
00:33:19,875 --> 00:33:23,650
그 성과가 얼마나 유의미한지는
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죠

545
00:33:23,750 --> 00:33:28,316
유디트는 남성과 여성을 통틀어
역대 최연소로

546
00:33:28,416 --> 00:33:30,650
그랜드마스터가 됐어요

547
00:33:30,750 --> 00:33:33,066
15살짜리가
국가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

548
00:33:33,166 --> 00:33:34,833
"10대 소녀가 깬 신화"

549
00:33:35,625 --> 00:33:38,358
동시에 그랜드마스터가
됐다는 건

550
00:33:38,458 --> 00:33:40,916
동화 같은 이야기였죠

551
00:33:43,666 --> 00:33:47,333
그랜드마스터가 되는 건
정말 중요했어요

552
00:33:49,125 --> 00:33:51,191
자신감이 더 강해졌죠

553
00:33:51,291 --> 00:33:54,541
그렇게 훌륭한 선수도
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요

554
00:33:56,583 --> 00:33:59,150
이제 이런
생각이 들었어요

555
00:33:59,250 --> 00:34:00,250
'다음은 뭐지?'

556
00:34:06,125 --> 00:34:10,041
"스페인 리나레스"

557
00:34:12,416 --> 00:34:16,041
리나레스 토너먼트는
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입니다

558
00:34:18,708 --> 00:34:21,750
리나레스는
체스계의 윔블던과 같아요

559
00:34:25,625 --> 00:34:28,233
1년에 한 번
체스계가 리나레스에 모여

560
00:34:28,333 --> 00:34:31,525
누가 최고인지 겨룹니다

561
00:34:31,625 --> 00:34:34,233
체스 역사상 처음으로

562
00:34:34,333 --> 00:34:39,083
세계 최정상 남성 선수들 사이에
한 소녀가 참가했습니다

563
00:34:39,708 --> 00:34:42,358
저의 첫 엘리트
토너먼트였어요

564
00:34:42,458 --> 00:34:45,416
최정상급 선수들이
맞붙었죠

565
00:34:49,750 --> 00:34:51,250
가리 카스파로프도
있었고요

566
00:34:53,041 --> 00:34:56,541
그런 토너먼트를 준비하는 건
쉽지 않지만

567
00:34:58,208 --> 00:35:01,500
미리 알았기 때문에
몇 달 전부터 훈련했어요

568
00:35:02,875 --> 00:35:08,483
그 토너먼트에 나가기 전에
단단히 준비해야만 했습니다

569
00:35:08,583 --> 00:35:12,316
카스파로프가 사용하는
여러 오프닝 전략을

570
00:35:12,416 --> 00:35:15,583
빠짐없이
꼼꼼히 공부하고

571
00:35:16,083 --> 00:35:19,666
그에 대응하는
수들을 연구했어요

572
00:35:21,541 --> 00:35:26,150
어떻게 경기해 나갈지
긴장도 되면서 흥미로웠어요

573
00:35:26,250 --> 00:35:29,250
거기선 모든 선수가
저보다 낫다고 여겨졌으니까요

574
00:35:31,000 --> 00:35:32,858
카스파로프가
한 인터뷰에서 말하길

575
00:35:32,958 --> 00:35:36,066
유디트가 리나레스 토너먼트에
참가하게 돼서 좋다면서

576
00:35:36,166 --> 00:35:40,666
그래야 유디트의 진정한 힘을
알게 될 거라고 덧붙였어요

577
00:35:41,583 --> 00:35:45,125
글쎄요, '진정한 힘'이라고 한 게
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

578
00:35:45,875 --> 00:35:47,775
전 최선을 다할 거예요

579
00:35:47,875 --> 00:35:49,791
선수님이
카스파로프를 이길까요?

580
00:35:56,500 --> 00:35:58,166
리나레스는
제 무대였어요

581
00:35:58,750 --> 00:36:01,775
92년도, 93년도에
압도적인 점수로 우승했죠

582
00:36:01,875 --> 00:36:03,191
"카스파로프
리나레스에서 우승"

583
00:36:03,291 --> 00:36:04,400
"카스파로프
리나레스 장악"

584
00:36:04,500 --> 00:36:06,025
94년도에도

585
00:36:06,125 --> 00:36:09,708
제가 여전히 체스 선수 중
가장 강한 선수라 자신 있었어요

586
00:36:10,958 --> 00:36:14,275
정말 큰 의미가
있는 해였어요

587
00:36:14,375 --> 00:36:16,441
사상 처음으로

588
00:36:16,541 --> 00:36:20,150
세계 챔피언인
가리 카스파로프가

589
00:36:20,250 --> 00:36:23,916
세계 최고의 여성 선수와
겨루게 될 터였으니까요

590
00:36:24,708 --> 00:36:27,150
여성 선수가
최고의 남성 선수와 겨루는 건

591
00:36:27,250 --> 00:36:29,775
그 당시로선
들어보지 못한 일이었죠

592
00:36:29,875 --> 00:36:31,958
같은 대회에서
만나지도 못한 때니까요

593
00:36:33,416 --> 00:36:36,000
정말 역사적인
순간이었어요

594
00:36:37,916 --> 00:36:39,983
그 수준의 토너먼트는
처음이었던 거죠

595
00:36:40,083 --> 00:36:42,458
유디트는
최고의 선수였지만...

596
00:36:43,541 --> 00:36:47,208
어쨌든 여성 선수니까
자기 실력을 증명해야 했어요

597
00:36:50,000 --> 00:36:52,525
"폴가르 대 카스파로프"

598
00:36:52,625 --> 00:36:55,541
"1차 게임 - 1994년"

599
00:37:02,000 --> 00:37:06,375
카스파로프는
경기 시작 30초 전에 도착했어요

600
00:37:08,041 --> 00:37:11,708
모든 사진 기자가 그 앞에 서서
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었죠

601
00:37:16,916 --> 00:37:20,150
굉장한 자신감을 내뿜으며
이렇게 말하는 듯했어요

602
00:37:20,250 --> 00:37:23,083
'여긴 내가 주인공이고
준비돼 있어'

603
00:37:23,583 --> 00:37:25,150
'깔아뭉개 주지'

604
00:37:25,250 --> 00:37:28,500
상대를 산 채로 집어삼키려는
기세가 느껴져요

605
00:37:35,333 --> 00:37:38,500
카스파로프와 저의
첫 대결이니

606
00:37:39,666 --> 00:37:40,875
앞일은 알 수가 없었죠

607
00:37:44,916 --> 00:37:47,108
전 백색 기물을 잡았고

608
00:37:47,208 --> 00:37:49,125
제 첫수는 늘 똑같았어요

609
00:37:50,375 --> 00:37:51,900
1.e4

610
00:37:52,000 --> 00:37:53,858
킹스 폰 오프닝이죠

611
00:37:53,958 --> 00:37:55,108
"킹스 폰"

612
00:37:55,208 --> 00:37:58,025
카스파로프는
시칠리안 디펜스를 펼칠 걸

613
00:37:58,125 --> 00:37:59,275
잘 알고 있었어요

614
00:37:59,375 --> 00:38:00,483
"시칠리안 디펜스"

615
00:38:00,583 --> 00:38:02,125
카스파로프의
주특기였죠

616
00:38:03,458 --> 00:38:06,691
시칠리안 디펜스는
굉장히 공격적이에요

617
00:38:06,791 --> 00:38:10,608
체스판의 중앙 장악권을 놓고
쟁탈전을 벌이는데

618
00:38:10,708 --> 00:38:13,500
이 전술로 경기가
매우 치열해지죠

619
00:38:19,208 --> 00:38:20,025
"13수"

620
00:38:20,125 --> 00:38:22,375
경기는 급속도로
전개되기 시작합니다

621
00:38:22,958 --> 00:38:27,233
유디트는 한층 더
공격적으로 나서기로 하고

622
00:38:27,333 --> 00:38:29,750
퀸을 카스파로프의 킹에
접근시켜요

623
00:38:31,166 --> 00:38:32,191
"14수"

624
00:38:32,291 --> 00:38:35,333
백색 퀸이 흑색 킹과
같은 라인에 놓이죠

625
00:38:36,000 --> 00:38:38,566
하지만 킹을 무작위로
공격할 순 없어요

626
00:38:38,666 --> 00:38:41,250
강한 선수는
마냥 당하지만은 않을 테니까요

627
00:38:43,750 --> 00:38:45,750
조금은 조심해야 하죠

628
00:38:46,250 --> 00:38:49,191
하지만 그 당시 유디트는
그렇게 조심스럽지 않았어요

629
00:38:49,291 --> 00:38:53,166
공격적으로 상대를 쫓아가서
날려버리는 스타일이었거든요

630
00:38:55,916 --> 00:38:59,375
카스파로프를 상대로
그렇게 했다간 위험했죠

631
00:39:01,708 --> 00:39:04,958
유디트는 딱히 전략이라고
할 수 없는 수를 두기 시작해요

632
00:39:06,291 --> 00:39:09,166
공격할 길을 찾지 못하고

633
00:39:09,958 --> 00:39:12,416
통제력을 잃은 거죠

634
00:39:14,958 --> 00:39:18,083
경기 초반부터
카스파로프는 절 뛰어넘었어요

635
00:39:20,291 --> 00:39:22,458
훌륭한 수들을 뒀죠

636
00:39:25,208 --> 00:39:27,125
전 생각을 많이 하느라

637
00:39:27,916 --> 00:39:30,416
제 시간을 엄청 많이 썼고

638
00:39:32,500 --> 00:39:34,708
상황은 점점 나빠졌어요

639
00:39:37,541 --> 00:39:40,958
관객들이 지루해하는 게
느껴질 정도였죠

640
00:39:41,875 --> 00:39:43,791
사람들이
들락날락했거든요

641
00:39:44,291 --> 00:39:46,041
하지만 포기는 없죠

642
00:39:49,083 --> 00:39:50,083
"34수"

643
00:39:52,125 --> 00:39:53,400
"35수"

644
00:39:53,500 --> 00:39:56,458
그렇게
36수에 다다랐는데

645
00:39:57,458 --> 00:39:59,791
아주 기이한 일이
벌어졌어요

646
00:40:01,208 --> 00:40:04,083
카스파로프가 나이트를
c5로 옮긴 거죠

647
00:40:08,666 --> 00:40:10,375
엄청난 악수였어요

648
00:40:12,583 --> 00:40:15,083
이제 전 제 비숍을 옮겨

649
00:40:16,583 --> 00:40:21,316
카스파로프의 퀸과 룩을
동시에 공격할 수 있게 됐어요

650
00:40:21,416 --> 00:40:25,250
상대는 이 이중 공격을
방어할 수를 둘 수 없었죠

651
00:40:27,833 --> 00:40:29,733
이 36수 전에는

652
00:40:29,833 --> 00:40:31,983
제가 경기에 질 게
뻔했어요

653
00:40:32,083 --> 00:40:34,500
하지만 그 수로
전세가 뒤집혔고

654
00:40:35,708 --> 00:40:38,041
무승부로 끝낼
기회가 생겼어요

655
00:40:40,083 --> 00:40:43,566
믿기지 않았죠
세계 최고의 선수와 경기하는데

656
00:40:43,666 --> 00:40:45,125
이런 상황이 될 줄은요

657
00:40:48,166 --> 00:40:52,358
그런데 카스파로프가 손을 떼더니
그 기물을 재빨리 다시 집어

658
00:40:52,458 --> 00:40:56,916
다른 수를 두려고
원래 있던 자리에 놓더라고요

659
00:40:58,333 --> 00:41:00,775
그때 정말 충격이었어요

660
00:41:00,875 --> 00:41:03,500
제 상대가
경기 규칙을 어긴 거예요

661
00:41:06,625 --> 00:41:11,125
'터치무브 규칙'은
체스에서 매우 중요합니다

662
00:41:11,750 --> 00:41:15,375
일단 손에서 기물을 놓으면
그게 한 수인 거예요

663
00:41:18,500 --> 00:41:20,650
또 다른 수를 놓으면

664
00:41:20,750 --> 00:41:24,000
공정한 게임을 어긴 거고
반칙인 거죠

665
00:41:27,083 --> 00:41:29,875
근데 그걸 본 사람이
유디트뿐이었어요

666
00:41:31,833 --> 00:41:35,916
전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해했죠
'저기요, 어떻게 된 거예요?'

667
00:41:38,375 --> 00:41:40,166
아무도 아무 말을 안 했고

668
00:41:40,708 --> 00:41:43,858
전 그 상황에서
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

669
00:41:43,958 --> 00:41:46,875
생각했죠
'아무도 아무 말 안 하네?'

670
00:41:47,375 --> 00:41:49,875
'그럼 나도 그냥...'

671
00:41:50,375 --> 00:41:52,066
'입 다물어야 하나 봐'

672
00:41:52,166 --> 00:41:55,500
'내 각도에서만
그게 보인 걸 수도 있어'

673
00:41:56,125 --> 00:41:59,775
게다가 전
17살짜리 신입이고

674
00:41:59,875 --> 00:42:02,041
상대는
세계 챔피언이잖아요

675
00:42:02,791 --> 00:42:05,941
제가 뭐라고 했다간
다음에 초대 못 받을지도 모르죠

676
00:42:06,041 --> 00:42:07,608
증명할 방법도 없잖아요

677
00:42:07,708 --> 00:42:10,041
카스파로프가 아니라고 하면
그만인걸요

678
00:42:11,791 --> 00:42:14,208
유디트가 그때
반칙이라고 몰아세웠다가

679
00:42:14,708 --> 00:42:17,458
카스파로프가 아니라고 하면
어땠겠어요?

680
00:42:18,250 --> 00:42:21,041
괜히 버르장머리 없는
어린애가

681
00:42:21,916 --> 00:42:23,650
경기에 지고 있으니

682
00:42:23,750 --> 00:42:25,900
차마 지기 싫어서

683
00:42:26,000 --> 00:42:29,500
카스파로프가 끔찍한 짓을 했다고
지어낸다고 했겠죠

684
00:42:32,666 --> 00:42:37,750
스페인 방송국의 TV 제작진이
경기를 녹화하고 있었는데

685
00:42:38,541 --> 00:42:41,583
카메라 뒤에
촬영 기사가 없었어요

686
00:42:42,791 --> 00:42:45,625
그러니까 그걸
찍지 않았던 거죠

687
00:42:47,291 --> 00:42:49,083
유디트는
계속 경기했어요

688
00:42:49,583 --> 00:42:51,566
규칙에 따라
경기가 계속되면

689
00:42:51,666 --> 00:42:55,083
경기에 대한 불만을
제기할 기회는 사라지죠

690
00:42:59,125 --> 00:43:01,333
그 후 카스파로프가
호수들을 뒀고

691
00:43:02,500 --> 00:43:06,166
흑색 진영의 우세한 포지션이
승리를 이끌어서...

692
00:43:08,458 --> 00:43:11,650
그렇게 경기가 끝났죠

693
00:43:11,750 --> 00:43:16,791
"최고의 소녀 선수
카스파로프 꺾기에 실패하다"

694
00:43:17,375 --> 00:43:19,666
그때 정말 속상했어요

695
00:43:24,166 --> 00:43:27,125
경기 후에 식당으로 가서
밥을 먹었어요

696
00:43:28,250 --> 00:43:31,000
토너먼트를 하는 동안엔
그게 일과였죠

697
00:43:32,083 --> 00:43:35,625
그런데 갑자기
심판이 우리 자리로 와서

698
00:43:36,125 --> 00:43:38,441
저한테 묻더라고요

699
00:43:38,541 --> 00:43:40,483
'내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?'

700
00:43:40,583 --> 00:43:43,025
전 답했죠
'물어보시니까 하는 말인데'

701
00:43:43,125 --> 00:43:45,108
'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'

702
00:43:45,208 --> 00:43:49,208
'저기 15미터 떨어진 곳에
세워 둔 카메라가'

703
00:43:49,875 --> 00:43:52,041
'뭘 녹화한 게 있는지요'

704
00:43:54,791 --> 00:43:57,708
갑자기 이야기가
돌기 시작했고

705
00:43:59,416 --> 00:44:02,358
가리 카스파로프가
무슨 일인지 알고 나자

706
00:44:02,458 --> 00:44:04,083
길길이 날뛰었어요

707
00:44:05,291 --> 00:44:07,150
여기저기 다니며
사람들한테 말했죠

708
00:44:07,250 --> 00:44:09,233
'이 일을 좌시해선
안 됩니다'

709
00:44:09,333 --> 00:44:10,900
'이 일을 기사로 써야 해요'

710
00:44:11,000 --> 00:44:12,833
'수치가 아닐 수 없네요'

711
00:44:13,541 --> 00:44:15,775
아무도 카스파로프를
의심하지 않았어요

712
00:44:15,875 --> 00:44:18,166
전적으로 칭송받는
체스 선수잖아요

713
00:44:19,250 --> 00:44:23,083
그래도 전 물어봤죠
'정말 기물을 한 번 놨나요?'

714
00:44:23,750 --> 00:44:24,983
답은 이랬어요

715
00:44:25,083 --> 00:44:29,125
'글쎄요, 모르겠어요
안 그런 거 같은데 모르겠어요'

716
00:44:30,250 --> 00:44:33,775
토너먼트 주최 측에서
보도 자료를 배포했는데

717
00:44:33,875 --> 00:44:35,358
"카스파로프 선수는
모범적인 선수로"

718
00:44:35,458 --> 00:44:36,650
"반칙을 쓸 이유가 없다"

719
00:44:36,750 --> 00:44:40,708
요지는 카스파로프가
매우 정직한 선수라는 거였어요

720
00:44:42,916 --> 00:44:44,858
그러다
소식이 들려왔는데

721
00:44:44,958 --> 00:44:48,083
그 TV 촬영팀이
리나레스로 오고 있다는 거였죠

722
00:44:51,166 --> 00:44:55,191
어떻게 된 거였냐면
촬영팀이 마드리드로 돌아간 뒤에

723
00:44:55,291 --> 00:45:00,250
어쩌다 그 카메라의 전원을
끄는 걸 깜박한 게 생각난 거예요

724
00:45:02,458 --> 00:45:04,458
카메라가 돌고 있던 거죠

725
00:45:07,333 --> 00:45:09,958
그래서 제작진이
촬영분을 틀어봤어요

726
00:45:29,916 --> 00:45:30,733
명백했죠

727
00:45:30,833 --> 00:45:33,250
카스파로프가
손에서 기물을 놨고

728
00:45:34,208 --> 00:45:36,483
그 기물을 다시 집어서

729
00:45:36,583 --> 00:45:38,625
수를 물렀어요

730
00:45:40,333 --> 00:45:43,875
그 영상을 보고
충격받은 게 기억나요

731
00:45:44,916 --> 00:45:47,875
유디트도 그 상황을
못 믿는 눈치였죠

732
00:45:49,791 --> 00:45:53,916
영상이 제가 느낀 걸
입증해 줘서 기뻤어요

733
00:45:54,458 --> 00:45:58,191
그와 동시에
별로 위안이 되진 않았어요

734
00:45:58,291 --> 00:46:02,108
경기가 끝난 후
점수표에 서명하고 나면

735
00:46:02,208 --> 00:46:04,041
바꿀 수 있는 게 없거든요

736
00:46:06,708 --> 00:46:10,400
아무도 세계 챔피언이
규칙을 어길 거라곤 생각 안 하죠

737
00:46:10,500 --> 00:46:13,566
여자애한테 지면
다른 상대한테 지는 것보다

738
00:46:13,666 --> 00:46:15,275
훨씬 창피할 테니까요

739
00:46:15,375 --> 00:46:18,416
문제는 제가
상대를 믿었다는 거예요

740
00:46:19,583 --> 00:46:20,916
그러면 안 됐죠

741
00:46:22,208 --> 00:46:26,708
네, 그 부분에 대해서
약간의 논란이 있었는데

742
00:46:27,291 --> 00:46:31,150
사실 손에서 기물을 놓은
느낌이 없었어요

743
00:46:31,250 --> 00:46:32,816
느낌이 있었으면
안 그랬죠

744
00:46:32,916 --> 00:46:34,150
아주 찰나의...

745
00:46:34,250 --> 00:46:39,541
영상을 보시면
1초의 10분의 1쯤 될걸요

746
00:46:42,458 --> 00:46:44,958
내가 뭘 잘못했다는
느낌이 없었어요

747
00:46:45,958 --> 00:46:48,733
아주 느린 동작으로 한다면
느낄 수 있겠죠

748
00:46:48,833 --> 00:46:52,000
1초도 안 되는 찰나에 해봐요
느낌이 있나 없나

749
00:46:56,208 --> 00:47:00,233
거기에 놨어도 제가 지진 않고
무승부로 끝날 경기였지만

750
00:47:00,333 --> 00:47:03,083
우승을 놓치면
매우 불쾌했겠죠

751
00:47:05,583 --> 00:47:07,066
"슬로모션으로 보는
리나레스 사건"

752
00:47:07,166 --> 00:47:09,233
그 순간이 사실상
제 토너먼트를 망쳤어요

753
00:47:09,333 --> 00:47:11,525
남은 토너먼트 내내
사람들이 그 일을 들춰서

754
00:47:11,625 --> 00:47:13,875
심리적 압박이
상당했거든요

755
00:47:14,583 --> 00:47:15,858
"체스 규칙 위반"

756
00:47:15,958 --> 00:47:18,858
스캔들이 형성되더니
널리 퍼졌어요

757
00:47:18,958 --> 00:47:20,858
챔피언들도
반칙을 쓰는군요

758
00:47:20,958 --> 00:47:22,733
물론 표가 나진 않지만

759
00:47:22,833 --> 00:47:25,666
곧 보여드릴 영상이
그 순간을 포착했죠

760
00:47:27,000 --> 00:47:30,900
보시다시피 세계 챔피언이
금지된 행동을 합니다

761
00:47:31,000 --> 00:47:32,983
"영상에 잡힌
가리 카스파로프의 손놀림"

762
00:47:33,083 --> 00:47:35,400
그 사건이
일파만파로 커졌어요

763
00:47:35,500 --> 00:47:36,733
"카스파로프의 실책"

764
00:47:36,833 --> 00:47:37,816
"손은 눈보다 빨랐다"

765
00:47:37,916 --> 00:47:41,583
체스계에서
가장 유명한 사건인 것은 분명하죠

766
00:47:45,708 --> 00:47:47,791
유디트는
무척 속상해했어요

767
00:47:48,500 --> 00:47:51,275
그런데
유디트가 한 대응은

768
00:47:51,375 --> 00:47:53,900
그 나이대로 보나
당시 자기 위치로 보나

769
00:47:54,000 --> 00:47:55,083
무척 놀라웠어요

770
00:48:02,791 --> 00:48:04,191
토너먼트 마지막 날

771
00:48:04,291 --> 00:48:07,375
유디트는 호텔 로비에 있는
카스파로프에게 걸어가서

772
00:48:08,041 --> 00:48:09,066
이렇게 말했어요

773
00:48:09,166 --> 00:48:11,333
'어떻게 저한테
이러실 수 있어요?'

774
00:48:14,833 --> 00:48:18,191
가리 카스파로프를
직접 보지 못했다면

775
00:48:18,291 --> 00:48:22,400
그게 얼마나 용감한 행동인지
잘 모르실 수 있는데

776
00:48:22,500 --> 00:48:24,541
그 사람 카리스마가
엄청나거든요

777
00:48:27,833 --> 00:48:30,166
가리한테 해명을
듣고 싶었어요

778
00:48:31,958 --> 00:48:33,358
가리는 당혹스러워했죠

779
00:48:33,458 --> 00:48:37,000
제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
망신을 준 거니까요

780
00:48:42,583 --> 00:48:44,566
카스파로프에게
그 얘기를 물었더니

781
00:48:44,666 --> 00:48:47,166
'유디트는 매너를
좀 배워야 해요' 하더군요

782
00:48:50,000 --> 00:48:52,541
그 일로 화가 나선
둘이 3년 동안 말도 안 했어요

783
00:49:06,000 --> 00:49:08,025
그 경기 이후에
말도 많았고

784
00:49:08,125 --> 00:49:12,583
기자들과 가족들로부터
질문도 많이 받았어요

785
00:49:14,083 --> 00:49:18,650
그 일을 얘기하는 게
오히려 더 골치 아팠달까요

786
00:49:18,750 --> 00:49:20,858
"리나레스 순위표
2. 카스파로프"

787
00:49:20,958 --> 00:49:22,916
가리가
큰 실수를 저질렀지만

788
00:49:23,958 --> 00:49:25,900
경기 면에서
제가 부족했죠

789
00:49:26,000 --> 00:49:27,458
"13. 폴가르"

790
00:49:28,041 --> 00:49:30,083
기분이 정말 안 좋았어요

791
00:49:34,041 --> 00:49:36,775
경기에서 졌다고 해서

792
00:49:36,875 --> 00:49:40,875
애들을
야단친 적은 없습니다

793
00:49:41,375 --> 00:49:43,708
그래도 지는 건 좋지 않죠

794
00:49:46,166 --> 00:49:50,583
아빠는 성공을 바란다는 걸
전혀 숨기지 않으셨어요

795
00:49:51,125 --> 00:49:53,733
자신의 실험이
성공적이며

796
00:49:53,833 --> 00:49:57,916
자식들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걸
보여주고 싶어 하셨죠

797
00:50:00,500 --> 00:50:02,483
그 경기 이후에
말씀하시길

798
00:50:02,583 --> 00:50:06,916
다시 여자부 체스 올림피아드에
나가야겠다고 하셨어요

799
00:50:08,583 --> 00:50:13,333
하지만 전 여자부 대회에선
우리 상대가 없다고 생각했죠

800
00:50:16,041 --> 00:50:18,625
남자들을 상대로
제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어요

801
00:50:21,666 --> 00:50:26,250
그래서 그 후로 제 행보는
제가 결정하기 시작했습니다

802
00:50:28,250 --> 00:50:30,525
그게 자신을 위해
정말 중요하기도 해요

803
00:50:30,625 --> 00:50:32,541
부모님이 뭐라고 하시든

804
00:50:33,291 --> 00:50:34,958
자기 길을 가는 거요

805
00:50:38,208 --> 00:50:42,583
"스페인 마드리드"

806
00:50:45,541 --> 00:50:49,983
그해에 유디트는
마드리드 토너먼트에 출전했고

807
00:50:50,083 --> 00:50:52,000
압도적인 실력을
보여줬어요

808
00:50:56,458 --> 00:50:58,875
막강한 선수들을
굴복시켰죠

809
00:51:00,250 --> 00:51:02,691
제가 절대 못 잊을 장면은

810
00:51:02,791 --> 00:51:06,958
유디트가 이겼을 때
남성 선수들의 반응입니다

811
00:51:13,875 --> 00:51:16,608
무려 네 번의 경기에서

812
00:51:16,708 --> 00:51:19,583
상대가 기권하지 않고
악수를 거부했어요

813
00:51:28,375 --> 00:51:32,066
그런 행동은 체스에서
신성불가침이나 다름없습니다

814
00:51:32,166 --> 00:51:35,333
그런데 그렇게 하고
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어요

815
00:51:41,250 --> 00:51:42,833
참 황당한 일이죠

816
00:51:44,416 --> 00:51:47,108
"10대 소녀가
완벽한 재기를 보여주다"

817
00:51:47,208 --> 00:51:49,566
"폴가르 유디트
마드리드에서 놀라운 승리"

818
00:51:49,666 --> 00:51:51,316
"약체인 성별이
약체가 아닐 때"

819
00:51:51,416 --> 00:51:54,375
선수님이 이길 때
남성 선수들 반응은 어떤가요?

820
00:52:00,166 --> 00:52:05,275
엘리트 선수들과
세계 챔피언들의 존중을 받기 위해

821
00:52:05,375 --> 00:52:06,458
부단히도 싸웠어요

822
00:52:07,583 --> 00:52:11,500
제가 거기 속하는지
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죠

823
00:52:12,000 --> 00:52:15,650
유디트가 절대적인 최고가 되려면
뭐가 필요할까요?

824
00:52:15,750 --> 00:52:17,958
그건 아주
어려울 거라고 봅니다

825
00:52:19,083 --> 00:52:21,083
항상 운이 따라야겠죠

826
00:52:22,833 --> 00:52:26,400
위대한 그랜드마스터 중 하나인
빅토르 코르치노이는

827
00:52:26,500 --> 00:52:28,791
제가 커피집에서나 경기할
조잡한 선수랬어요

828
00:52:30,916 --> 00:52:32,666
절 진지하게 보지 않았죠

829
00:52:33,166 --> 00:52:35,608
"내가 경기할 마음이 없어야
유디트가 날 이길 텐데"

830
00:52:35,708 --> 00:52:37,566
"잠재 의식적으로
오늘이 그런 날이었다"

831
00:52:37,666 --> 00:52:39,775
"빅토르 코르치노이
폴가르 유디트에게 진 뒤"

832
00:52:39,875 --> 00:52:42,441
남자로 태어났다면
안 그래도 됐겠지만

833
00:52:42,541 --> 00:52:44,775
10배는
더 노력해야 했어요

834
00:52:44,875 --> 00:52:48,066
여성 세계 챔피언이
나온 적 있던가요?

835
00:52:48,166 --> 00:52:49,691
- 여자부에 있죠
- 왜 없죠?

836
00:52:49,791 --> 00:52:52,775
여성이 활약하기에
아주 좋은 분야 아닌가요?

837
00:52:52,875 --> 00:52:55,108
그렇지 않다는
증거들이 있어요

838
00:52:55,208 --> 00:52:57,191
헝가리의 폴가르 유디트는
어떤가요?

839
00:52:57,291 --> 00:52:58,483
유디트는 예외긴 하지만

840
00:52:58,583 --> 00:53:03,208
유디트도 경기를 끝까지 이끌
투지가 약하다는 문제가 있어요

841
00:53:07,750 --> 00:53:11,983
1996년에 도스에르마나스에서
초청 대회가 열렸어요

842
00:53:12,083 --> 00:53:15,108
"스페인 도스에르마나스"

843
00:53:15,208 --> 00:53:16,691
경기 시작 전에

844
00:53:16,791 --> 00:53:20,316
엄마랑 같이
엘리베이터 단추를 눌렀고

845
00:53:20,416 --> 00:53:23,108
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
문이 열렸는데

846
00:53:23,208 --> 00:53:25,416
카스파로프가 코치랑
타고 있더라고요

847
00:53:30,083 --> 00:53:31,525
참 재밌는 장면이었죠

848
00:53:31,625 --> 00:53:34,233
서로 약간의
신경전을 벌였잖아요

849
00:53:34,333 --> 00:53:36,875
그 사건 이후 몇 년 동안요

850
00:53:40,291 --> 00:53:43,000
그때 엄마가
'안 들어가고 뭐 해?' 하셨죠

851
00:53:46,416 --> 00:53:47,483
"폴가르 대 카스파로프"

852
00:53:47,583 --> 00:53:50,375
"2차 게임 - 1996년"

853
00:53:51,458 --> 00:53:53,650
경기장에 들어가면서
생각했죠

854
00:53:53,750 --> 00:53:55,708
'멋진 싸움을
보여줘야겠다'

855
00:53:59,375 --> 00:54:01,066
"시, 분, 초"

856
00:54:01,166 --> 00:54:02,275
"오프닝"

857
00:54:02,375 --> 00:54:03,958
전 이번에도
백색 기물이었어요

858
00:54:05,041 --> 00:54:07,083
저한테 이미 유리한 거죠

859
00:54:08,208 --> 00:54:09,750
첫수는 1.e4였어요

860
00:54:11,125 --> 00:54:12,000
"킹스 폰"

861
00:54:13,000 --> 00:54:14,941
또 시칠리안 디펜스였죠

862
00:54:15,041 --> 00:54:16,316
"시칠리안 디펜스"

863
00:54:16,416 --> 00:54:20,291
하지만 이번에는
경기가 아주 맹렬하게 전개됐어요

864
00:54:22,750 --> 00:54:25,416
유디트는 바로 공격에 나서서
퀸부터 공격하고...

865
00:54:28,083 --> 00:54:30,500
킹을 체크해서
킹을 옮기게 만들었죠

866
00:54:32,583 --> 00:54:35,500
비숍을 중앙으로 진출시켜
공격 태세를 갖췄고요

867
00:54:36,708 --> 00:54:39,025
유디트가
공격적인 스타일인 건 알았지만

868
00:54:39,125 --> 00:54:40,566
그때 무척 놀랐어요

869
00:54:40,666 --> 00:54:44,108
유디트는 뭐랄까
에너지로 똘똘 뭉친 듯했어요

870
00:54:44,208 --> 00:54:46,025
마치 벼락이 치듯이

871
00:54:46,125 --> 00:54:47,458
폭발할 기세였죠

872
00:54:48,541 --> 00:54:51,983
유디트는 오프닝부터
적극적인 경기 진행을 보였고

873
00:54:52,083 --> 00:54:53,666
공간을 확보했어요

874
00:54:55,541 --> 00:54:57,275
그렇게
미들게임으로 진입했죠

875
00:54:57,375 --> 00:54:58,333
"미들게임"

876
00:54:59,583 --> 00:55:02,816
미들게임은
끊임없이 상대를 능가하기 위한

877
00:55:02,916 --> 00:55:05,358
깊이 있는 전술이
들어가야 하는 단계예요

878
00:55:05,458 --> 00:55:08,583
바로 이 단계에서
극적인 액션들이 펼쳐지죠

879
00:55:09,541 --> 00:55:12,458
카스파로프는
위험을 감수해 보기로 해요

880
00:55:13,375 --> 00:55:16,983
대담하게 자신의 룩을
체스판 중앙으로 옮겨서

881
00:55:17,083 --> 00:55:20,191
유디트의 퀸과 비숍을
동시에 공격하는 거죠

882
00:55:20,291 --> 00:55:21,750
이건 난투예요

883
00:55:22,916 --> 00:55:24,858
유디트는 이쯤에서
살짝 흔들렸고

884
00:55:24,958 --> 00:55:27,916
가리는 계속해서
유디트를 압박했어요

885
00:55:28,541 --> 00:55:32,041
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역시
어려운 경기임을 보여주죠

886
00:55:34,208 --> 00:55:37,083
고양이와 쥐의
추격전 같았어요

887
00:55:38,250 --> 00:55:40,733
가리가
유리한 포지션을 만들면

888
00:55:40,833 --> 00:55:42,733
제가 어떻게든
빠져나가고

889
00:55:42,833 --> 00:55:44,958
가리는 또
유리한 포지션을 만들었죠

890
00:55:49,333 --> 00:55:51,791
전 부정확한
수를 놓기 시작했어요

891
00:55:52,541 --> 00:55:56,041
가리는 훌륭히 경기를 진행했고
경기를 장악했습니다

892
00:55:58,291 --> 00:56:01,066
여덟에서 열 수는
계산하면서

893
00:56:01,166 --> 00:56:03,125
어떻게 살아남을지
궁리했죠

894
00:56:04,708 --> 00:56:08,275
하지만 카스파로프는
정말 과감하게 자신의 룩을

895
00:56:08,375 --> 00:56:10,816
유디트의 킹과
같은 라인에 뒀어요

896
00:56:10,916 --> 00:56:14,208
이제 유디트는 물량을 잃거나
기권해야 할 것처럼 보였죠

897
00:56:16,458 --> 00:56:19,316
많은 여성 선수가 가진
전형적인 약점 중 하나는

898
00:56:19,416 --> 00:56:21,650
위협받는 순간
어쩔 줄 모른다는 거예요

899
00:56:21,750 --> 00:56:24,458
위협을 보면
당황해서 방어 기제가 발동하죠

900
00:56:26,125 --> 00:56:28,958
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
결정해야 해요

901
00:56:32,000 --> 00:56:33,291
시간은 계속 흘러가죠

902
00:56:37,208 --> 00:56:39,666
유디트는
위협을 무시했어요

903
00:56:40,166 --> 00:56:43,400
유디트는 반격에 나서서
폰 하나를 잡았고

904
00:56:43,500 --> 00:56:45,916
이제 폰 하나를
앞서게 됐어요

905
00:56:47,375 --> 00:56:51,625
제 공격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
더 공격적으로 되받아쳤어요

906
00:56:53,458 --> 00:56:55,400
유디트가
훌륭한 방어술을 펼쳐서

907
00:56:55,500 --> 00:56:59,166
카스파로프가 경기에 이기기
매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

908
00:56:59,958 --> 00:57:01,666
그런 경기는
몇 시간씩 이어져요

909
00:57:03,291 --> 00:57:06,000
그러다 무척
뜻밖의 수를 발견했죠

910
00:57:07,541 --> 00:57:10,650
유디트가
흑색 킹을 체크하면서

911
00:57:10,750 --> 00:57:12,833
자신의 룩을 희생했어요

912
00:57:14,791 --> 00:57:17,025
그건 마른하늘에
날벼락 같은 수로

913
00:57:17,125 --> 00:57:20,041
가리로서는
완전히 뜻밖이었죠

914
00:57:21,333 --> 00:57:23,525
그렇게 느닷없이

915
00:57:23,625 --> 00:57:26,458
가리의 포지션이
그리 우위를 점하지 않았어요

916
00:57:33,208 --> 00:57:38,416
유디트는 그런 묘책들에 기대
경기를 어떻게든 살려냈어요

917
00:57:39,250 --> 00:57:44,066
그렇게 6시간이 흘러
경기는 엔드게임으로 접어들었죠

918
00:57:44,166 --> 00:57:46,733
"엔드게임"

919
00:57:46,833 --> 00:57:48,358
엔드게임에 들어서서는

920
00:57:48,458 --> 00:57:52,458
둘 다 퀸도 잃었고
공격할 기물도 많지 않았어요

921
00:57:52,958 --> 00:57:54,875
경기의 막바지였죠

922
00:57:56,458 --> 00:57:58,066
유디트는 엔드게임에서

923
00:57:58,166 --> 00:58:01,416
이론상 무승부로 끝날
형국에 처해 있었어요

924
00:58:02,083 --> 00:58:05,483
카스파로프에겐
나이트 하나, 룩 하나가 있었지만

925
00:58:05,583 --> 00:58:07,858
유디트에겐 룩 하나였고
그건 무승부였죠

926
00:58:07,958 --> 00:58:09,275
무조건 무승부예요

927
00:58:09,375 --> 00:58:12,441
너무도 확실한 무승부라
눈 감고도 할 수 있죠

928
00:58:12,541 --> 00:58:14,191
하지만 정확히
움직여야 하는데

929
00:58:14,291 --> 00:58:18,441
사실 유디트가 엔드게임 단계에
그리 강하진 못해요

930
00:58:18,541 --> 00:58:22,250
카스파로프가 몇 수 더 두면서
제 실력을 가늠하려고 했죠

931
00:58:25,708 --> 00:58:28,900
카스파로프는 모든 수를
100% 정확하게 두진 않았지만

932
00:58:29,000 --> 00:58:30,916
우위를 잃지도 않았어요

933
00:58:33,541 --> 00:58:36,191
엔드게임에서
승리할 이론에 관해선

934
00:58:36,291 --> 00:58:38,666
카스파로프가 저보다
훨씬 잘 알고 있었죠

935
00:58:42,458 --> 00:58:45,041
몇 수를 더 주고받은 뒤

936
00:58:45,916 --> 00:58:48,250
유디트가
마침내 무너졌어요

937
00:58:56,250 --> 00:58:58,583
제 킹이
탈출할 길이 없었어요

938
00:59:04,875 --> 00:59:07,916
안타까운 점은 뭐냐면
유디트가 굉장히 선전했는데

939
00:59:08,833 --> 00:59:12,525
마지막에 가서
무승부로 끝낼 수 있었지만

940
00:59:12,625 --> 00:59:13,708
실수를 범한 거예요

941
00:59:15,166 --> 00:59:19,875
마이크 타이슨의 주먹세례에서
살아남는다고 생각해 보세요

942
00:59:20,375 --> 00:59:22,666
8라운드
10라운드까지요

943
00:59:25,125 --> 00:59:27,400
체스 경기는
몇 시간씩 계속되고

944
00:59:27,500 --> 00:59:29,233
그렇게 몇 시간을
버티다 보면

945
00:59:29,333 --> 00:59:31,858
그냥 그 압박감에
무너지는 거예요

946
00:59:31,958 --> 00:59:34,125
막강한
선수들의 전략이죠

947
00:59:36,291 --> 00:59:41,775
이 엔드게임은 사실
그리 어렵지 않은 시험이었지만

948
00:59:41,875 --> 00:59:44,166
압박감에 눌려
낙제한 거예요

949
00:59:47,333 --> 00:59:49,291
형편없는 패배였어요

950
00:59:50,708 --> 00:59:52,750
심각한
전략적 실수를 범했죠

951
00:59:54,041 --> 00:59:56,816
그래서 그 경기 이후에
기분이 안 좋았어요

952
00:59:56,916 --> 00:59:59,858
"카스파로프 공격에
속수무책"

953
00:59:59,958 --> 01:00:01,650
"정상에
너무 오래 혼자 있나?"

954
01:00:01,750 --> 01:00:04,316
96년도에
카스파로프와 붙은 뒤

955
01:00:04,416 --> 01:00:05,483
"카스파로프
여전한 왕좌"

956
01:00:05,583 --> 01:00:07,066
여러 경기에서
더 붙었어요

957
01:00:07,166 --> 01:00:08,233
"폴가르 대 카스파로프"

958
01:00:08,333 --> 01:00:11,166
"3차 게임 - 1996년"

959
01:00:16,041 --> 01:00:18,650
유디트의 경기 스타일이
저한텐 편했기 때문에

960
01:00:18,750 --> 01:00:20,733
유디트랑
경기하면 좋았어요

961
01:00:20,833 --> 01:00:21,691
"폴가르 대 카스파로프"

962
01:00:21,791 --> 01:00:23,125
"5차 게임 - 1997년"

963
01:00:26,791 --> 01:00:30,875
유디트는 매우 공격적이고
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스타일이죠

964
01:00:31,583 --> 01:00:34,208
저도 공격적이지만
연륜이 더 있고요

965
01:00:34,708 --> 01:00:38,458
그래서 유디트의 공격이
되려 자신을 치는 셈이었어요

966
01:00:41,750 --> 01:00:44,441
여기서 알아야 하는 게
가리 카스파로프는 그 당시에

967
01:00:44,541 --> 01:00:45,941
"가리 카스파로프
세기의 선수"

968
01:00:46,041 --> 01:00:49,025
역대 가장 위대한 체스 선수로
여겨졌다는 거예요

969
01:00:49,125 --> 01:00:52,316
그러니까 유디트는
단지 현 세계 챔피언이 아니라

970
01:00:52,416 --> 01:00:56,525
역대 가장 위대한 체스 선수와
맞대결을 펼친 거죠

971
01:00:56,625 --> 01:00:57,691
"폴가르 대 카스파로프"

972
01:00:57,791 --> 01:00:59,566
"7차 게임 - 2000년"

973
01:00:59,666 --> 01:01:02,608
카스파로프와 경기할 때면
드는 감정이 있었는데

974
01:01:02,708 --> 01:01:06,916
어떤 수도 놓기 전에
그냥 거기 앉아 있는 것만으로

975
01:01:07,916 --> 01:01:09,650
제가 작아지는 거 같았죠

976
01:01:09,750 --> 01:01:12,750
이제 그저
형식처럼 느껴졌어요

977
01:01:13,333 --> 01:01:16,791
그래도 어쨌든 경기는 해야 했고
으레 카스파로프가 이겼죠

978
01:01:19,916 --> 01:01:21,483
그때는 제 전성기였고

979
01:01:21,583 --> 01:01:23,525
유디트는
많은 선수 중 하나였어요

980
01:01:23,625 --> 01:01:25,733
유디트의 경기 스타일이나

981
01:01:25,833 --> 01:01:30,625
저랑 맞서는 데에 대한
심리적 불안감 때문인지 몰라도

982
01:01:31,416 --> 01:01:32,316
잘하진 못했지만

983
01:01:32,416 --> 01:01:34,958
그냥 많은 선수 중
하나였어요

984
01:01:39,625 --> 01:01:42,400
유디트의 경기 방식은
효과적이지 않았죠

985
01:01:42,500 --> 01:01:46,083
제가 전성기에 펼친 경기에
대응하기에는요

986
01:01:47,291 --> 01:01:49,208
카스파로프를
상대하기가 어렵나요?

987
01:01:49,791 --> 01:01:52,083
네, 점수가 잘 나지 않네요

988
01:01:53,250 --> 01:01:58,166
카스파로프를 향한 존경심이 커서
전력을 다하지 못하는 걸까요?

989
01:01:58,916 --> 01:02:01,458
글쎄요
무의식적으로 그런가 보죠

990
01:02:08,750 --> 01:02:12,650
이기지 못했을 때 드는 감정이
다 똑같진 않아요

991
01:02:12,750 --> 01:02:17,316
때로 경기에서 져도
상대의 경기 진행이 뛰어났고

992
01:02:17,416 --> 01:02:21,291
훌륭한 해결책으로
환상적인 경기를 했다면

993
01:02:21,791 --> 01:02:23,291
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죠

994
01:02:24,416 --> 01:02:27,733
카스파로프한테 졌을 때
좌절감이 든 건

995
01:02:27,833 --> 01:02:30,500
제가 맞수가
되지 못해서였어요

996
01:02:31,958 --> 01:02:34,733
어째선지 카스파로프는
제가 이기지 못할

997
01:02:34,833 --> 01:02:36,333
초인간처럼 보였거든요

998
01:02:38,625 --> 01:02:41,166
훌륭한 맞수가
되어야 하는데

999
01:02:41,666 --> 01:02:44,250
그게 어떻게
가능하겠어요?

1000
01:02:46,291 --> 01:02:49,316
체스계를 지켜보다 보면
많은 선수가

1001
01:02:49,416 --> 01:02:52,358
체스 경기에
너무 빠져들고

1002
01:02:52,458 --> 01:02:53,983
거기에 너무 집착해서

1003
01:02:54,083 --> 01:02:59,000
경기 그 자체를 뛰어넘어
너무 큰 중요성을 부과합니다

1004
01:03:00,125 --> 01:03:02,166
인생을 거기에 걸죠

1005
01:03:06,541 --> 01:03:09,608
아빠는 자신이 옳았음을
증명하기 위해

1006
01:03:09,708 --> 01:03:11,566
그토록 성공을
바란 거 같아요

1007
01:03:11,666 --> 01:03:13,833
아빠의 신념은 이런 거죠

1008
01:03:15,000 --> 01:03:17,583
'이건 성공할 수밖에 없다'

1009
01:03:20,583 --> 01:03:23,025
아빠는 늘 말씀하시길
향후 2년이

1010
01:03:23,125 --> 01:03:26,208
모든 걸 증명할
돌파구가 될 거랬어요

1011
01:03:28,000 --> 01:03:30,775
그리고 제가
더 열심히 해서

1012
01:03:30,875 --> 01:03:34,875
상위 10위에 드는 데 집중하고
에너지를 더 쏟길 바라셨죠

1013
01:03:37,833 --> 01:03:40,358
수년간 유디트의 아버지가
시작한 실험을 놓고

1014
01:03:40,458 --> 01:03:41,608
"딸들은 실험의 폰들"

1015
01:03:41,708 --> 01:03:44,458
세간에선 그 아버지가
좋은 사람인지 의아해했어요

1016
01:03:47,208 --> 01:03:51,483
많은 사람이 그 아버지의 실험은
자식들을 위한 게 아니라

1017
01:03:51,583 --> 01:03:54,483
자기만족을
위한 거라고 생각했죠

1018
01:03:54,583 --> 01:03:57,233
"헝가리 부성애 일등 아빠"

1019
01:03:57,333 --> 01:04:00,150
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졌어요
'저 애들 괜찮은 건가?'

1020
01:04:00,250 --> 01:04:01,941
"폴가르 라슬로는
프랑켄슈타인 박사"

1021
01:04:02,041 --> 01:04:04,875
'저 집 부모가
애들 인생 망치는 거 아니야?'

1022
01:04:07,916 --> 01:04:12,775
제 생활 방식이
또래 친구들과 다른 걸 알았어요

1023
01:04:12,875 --> 01:04:15,208
많은 시간을
체스 공부에 썼으니까요

1024
01:04:17,041 --> 01:04:20,275
물론 영화도 보고
친구들과 더 어울려 노는 게

1025
01:04:20,375 --> 01:04:24,541
때로는 더 편하지 않을까
생각한 적도 있어요

1026
01:04:26,416 --> 01:04:30,233
오랜 세월 동안
대회를 준비하고 경기하는 데

1027
01:04:30,333 --> 01:04:32,208
제 삶을 다 바쳤잖아요

1028
01:04:33,833 --> 01:04:35,608
그걸로는
부족한 느낌이었죠

1029
01:04:35,708 --> 01:04:38,858
결국에는
64칸의 체스판일 뿐이고

1030
01:04:38,958 --> 01:04:41,833
삶은 결코
그게 다가 아니니까요

1031
01:04:45,083 --> 01:04:46,666
전 행복했지만

1032
01:04:47,166 --> 01:04:50,083
20살이 넘었는데도

1033
01:04:50,583 --> 01:04:54,566
아빠는 제 삶에 체스만 있어도
괜찮다고 여기셨어요

1034
01:04:54,666 --> 01:04:57,275
하지만 전
세상도 보길 원했고

1035
01:04:57,375 --> 01:05:00,166
체스판 안에서만
머물 게 아니라

1036
01:05:00,958 --> 01:05:02,750
그 밖으로
나가고 싶어 했죠

1037
01:05:15,083 --> 01:05:19,500
대개는 작은 우연들이 이어져서
현실이 되죠

1038
01:05:22,041 --> 01:05:24,108
"폰트 구스타브"

1039
01:05:24,208 --> 01:05:27,083
전 대학 졸업 후
수의사로 일하고 있었는데

1040
01:05:28,416 --> 01:05:32,958
빨간 머리에 폴가르 유디트를
꼭 닮은 사람이 들어왔어요

1041
01:05:35,666 --> 01:05:39,291
제가 23살을 앞둔 해의
어느 날

1042
01:05:40,041 --> 01:05:42,583
우리 집 반려견을
병원에 데려갔어요

1043
01:05:43,625 --> 01:05:49,500
거기 의사가
참 서글서글하고, 잘 웃고

1044
01:05:50,333 --> 01:05:51,316
수다쟁이였죠

1045
01:05:51,416 --> 01:05:54,900
이상하게 검사가
오래 걸리더라고요

1046
01:05:55,000 --> 01:05:58,816
바로 그때 의사의 본분을 잊고
유디트에게 제안했죠

1047
01:05:58,916 --> 01:06:01,958
'우리 같이 테니스 칠래요?'

1048
01:06:08,583 --> 01:06:14,375
남자가 여자에게
사랑에 빠지는 조건이요?

1049
01:06:15,250 --> 01:06:18,750
수천 년 동안 그에 대한
이렇다 할 답은 없었잖아요

1050
01:06:21,041 --> 01:06:24,666
유디트는 웃음기 가득한 눈에
빨간 머리가 매력이었고

1051
01:06:25,166 --> 01:06:28,750
불같은 에너지가
넘쳐흘렀어요

1052
01:06:29,583 --> 01:06:33,333
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
빈말은 하지 않았죠

1053
01:06:35,958 --> 01:06:40,750
제겐 그런 점이
아주 매혹적으로 다가왔어요

1054
01:06:44,125 --> 01:06:46,566
우린 사귀기 시작했고

1055
01:06:46,666 --> 01:06:49,083
꽤 자주 만나던 와중에

1056
01:06:49,583 --> 01:06:52,291
제가 대회에 나가게 됐죠

1057
01:06:52,958 --> 01:06:56,458
사랑에 푹 빠진 채
그 대회에서 우승했고요

1058
01:06:57,041 --> 01:06:59,916
그 후에
같이 살기 시작했어요

1059
01:07:39,791 --> 01:07:42,791
유디트가 결혼하면서

1060
01:07:43,541 --> 01:07:45,500
제 역할은...

1061
01:07:47,166 --> 01:07:50,291
매니저로서 제 역할은
사실상 중단됐어요

1062
01:08:00,958 --> 01:08:02,858
그때 아빠는

1063
01:08:02,958 --> 01:08:05,958
서운해하시는 게
살짝 느껴졌어요

1064
01:08:07,708 --> 01:08:12,375
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선
말하고 싶지 않습니다

1065
01:08:15,291 --> 01:08:20,650
딸들이 다 크고 나서는
제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았죠

1066
01:08:20,750 --> 01:08:25,958
애들 남편이 다른 방향으로
애들을 인도했으니까요

1067
01:08:28,958 --> 01:08:32,416
매니저로서
제 역할이 끝났을 때

1068
01:08:34,458 --> 01:08:37,958
속상하기도 하고
좀 이상하기도 하더군요

1069
01:08:40,583 --> 01:08:43,608
하지만 유디트가
앞으로 어떻게 살지는

1070
01:08:43,708 --> 01:08:46,458
유디트에게 달린
일이라고 말했죠

1071
01:08:58,000 --> 01:09:00,858
"2000년에 이르러 유디트는
세계 1위 여성 체스 선수 지위를"

1072
01:09:00,958 --> 01:09:02,066
"11년째 지켰다"

1073
01:09:02,166 --> 01:09:06,625
"유디트의 종합 랭킹은
32위였다"

1074
01:09:09,000 --> 01:09:11,858
우리 여보가 딸기가 먹고 싶어서
이걸 시켰어요

1075
01:09:11,958 --> 01:09:14,483
맞아
당신 것도 먹을 거야

1076
01:09:14,583 --> 01:09:16,066
우리가 결혼했을 때

1077
01:09:16,166 --> 01:09:20,816
전 레이팅 2700이라는
마법의 점수에 근접했고

1078
01:09:20,916 --> 01:09:21,983
"폴가르 유디트
ELO 2656"

1079
01:09:22,083 --> 01:09:24,608
당시 상위 10위에 드는
레이팅으로 여겨졌죠

1080
01:09:24,708 --> 01:09:27,083
그런데 어째선지
그걸 넘지 못했어요

1081
01:09:29,708 --> 01:09:32,566
여러 대회에서
좋은 경기를 해서

1082
01:09:32,666 --> 01:09:34,191
레이팅이 올랐다가도

1083
01:09:34,291 --> 01:09:36,666
한 토너먼트에서
전부 잃기도 했어요

1084
01:09:39,041 --> 01:09:40,650
구스타브와 얘기하다가

1085
01:09:40,750 --> 01:09:44,250
다른 전략을
쓸 수 있다는 걸 배웠죠

1086
01:09:47,000 --> 01:09:52,166
제가 유디트의 삶에 들어가면서
큰 비밀 하나를 말해줬어요

1087
01:09:53,500 --> 01:09:56,958
체스에는
우승이 있고, 패배가 있고

1088
01:09:57,541 --> 01:09:59,691
세 번째 결과가 있다고요

1089
01:09:59,791 --> 01:10:00,900
무승부요

1090
01:10:01,000 --> 01:10:04,000
구스타브는 지는 것보다
무승부가 낫다는 주의였죠

1091
01:10:04,708 --> 01:10:09,900
같은 레이팅인 선수한테 지면
레이팅 점수를 잃지만

1092
01:10:10,000 --> 01:10:12,416
무승부면
점수를 잃지 않아요

1093
01:10:12,916 --> 01:10:16,525
그전에 치른 경기들에선
다른 결정을 하곤 했죠

1094
01:10:16,625 --> 01:10:18,958
끝까지 싸워
이기는 쪽으로요

1095
01:10:19,708 --> 01:10:21,316
하지만 그때쯤에는

1096
01:10:21,416 --> 01:10:24,900
달리 이길 수 있는 방법이
떠오르지 않는다면

1097
01:10:25,000 --> 01:10:28,208
무승부도 받아들일 만한
결과라고 생각했죠

1098
01:10:29,958 --> 01:10:31,166
"1/2 폴가르"

1099
01:10:33,500 --> 01:10:37,666
그렇게 유디트는 여전히
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선수지만

1100
01:10:38,250 --> 01:10:41,166
전보다 덜 지기 시작했고

1101
01:10:42,416 --> 01:10:45,208
레이팅이
오르기 시작했어요

1102
01:10:51,250 --> 01:10:55,066
이렇듯 접근 방식이 바뀐 뒤
2001년 리나레스에서

1103
01:10:55,166 --> 01:10:59,208
유디트와 카스파로프가
다시 한번 격돌하게 됩니다

1104
01:11:01,291 --> 01:11:03,025
"스페인 리나레스"

1105
01:11:03,125 --> 01:11:06,608
터치무브 논란이 있었던
바로 그 토너먼트에서

1106
01:11:06,708 --> 01:11:09,400
수년 후에
그 둘이 다시 만난 거예요

1107
01:11:09,500 --> 01:11:12,316
"카스파로프
폴가르"

1108
01:11:12,416 --> 01:11:16,400
당시 제 경기 스타일은
좀 구식이라는 평판이 있었죠

1109
01:11:16,500 --> 01:11:18,025
하지만 그게 통했어요

1110
01:11:18,125 --> 01:11:22,025
여전히 레이팅이 가장 높았고
성적도 잘 내고 있었죠

1111
01:11:22,125 --> 01:11:24,208
특히 2001년에는
무척 좋았어요

1112
01:11:27,125 --> 01:11:28,691
이 말을 다시 하자면

1113
01:11:28,791 --> 01:11:32,666
유디트를 향한 기대는
낮지도, 그리 높지도 않았습니다

1114
01:11:35,750 --> 01:11:38,666
이번 경기에 대한 전략은
아주 명료했어요

1115
01:11:39,375 --> 01:11:44,666
카스파로프를 긴장하게 하고
걱정하게 하자는 전략이었죠

1116
01:11:46,083 --> 01:11:49,041
자신이 질 지도 모른다는
생각이 들 정도로요

1117
01:11:49,541 --> 01:11:50,608
"폴가르 대 카스파로프"

1118
01:11:50,708 --> 01:11:53,791
"11차 게임 - 2001년"

1119
01:11:56,541 --> 01:11:57,750
경기가 시작됐고

1120
01:11:58,583 --> 01:12:01,833
유디트는 백색 기물
가리는 흑색 기물을 잡았어요

1121
01:12:02,541 --> 01:12:03,916
"킹스 폰"

1122
01:12:05,125 --> 01:12:10,025
카스파로프는 킹이 공격받는 걸
싫어한다는 거 하나는 알았어요

1123
01:12:10,125 --> 01:12:14,750
그래서 어떻게 해서든
킹을 공격해야겠다고 생각했죠

1124
01:12:15,333 --> 01:12:16,791
"시칠리안 디펜스"

1125
01:12:21,208 --> 01:12:24,275
유디트는 체스판 좌측으로
캐슬링을 진행했고

1126
01:12:24,375 --> 01:12:28,650
가리 카스파로프는 그 반대쪽으로
캐슬링을 진행했어요

1127
01:12:28,750 --> 01:12:30,941
체스에서
이런 포지션의 특성은

1128
01:12:31,041 --> 01:12:35,333
양측 다 적극적인 공격을
퍼부을 거라는 의미였죠

1129
01:12:36,666 --> 01:12:40,500
상대 킹을 먼저 잡기 위한
경주가 시작된 거예요

1130
01:12:45,333 --> 01:12:50,041
전 경기 초반에 이미
폰을 하나 희생했어요

1131
01:12:51,291 --> 01:12:52,108
"19수"

1132
01:12:52,208 --> 01:12:54,983
카스파로프가
폰 희생을 수락함으로써

1133
01:12:55,083 --> 01:12:59,358
유디트의 비숍이
매우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됐어요

1134
01:12:59,458 --> 01:13:04,000
즉, 물량 면에선 손해지만
그 대신 주도권을 가져온 거죠

1135
01:13:05,083 --> 01:13:08,750
카스파로프는 살짝 놀랐지만
제 의도를 이해했어요

1136
01:13:09,875 --> 01:13:12,750
카스파로프가 폰을 움직여
중앙으로 치고 나옵니다

1137
01:13:13,250 --> 01:13:15,291
제 비숍을
공격하려는 건데

1138
01:13:16,000 --> 01:13:18,875
그런 상황에선
비숍을 피신시키는 게 순리죠

1139
01:13:20,208 --> 01:13:24,583
하지만 유디트는
비숍을 희생하기로 결정해요

1140
01:13:26,375 --> 01:13:28,233
물량 면에선
큰 손실이지만

1141
01:13:28,333 --> 01:13:30,816
여전히 되뇌었죠
'난 킹만 공격하면 돼'

1142
01:13:30,916 --> 01:13:32,500
'계속 킹을 공격하자'

1143
01:13:36,500 --> 01:13:39,666
그때쯤 주변을
둘러봤더니

1144
01:13:40,416 --> 01:13:42,983
경기장 안에
사람이 가득했어요

1145
01:13:43,083 --> 01:13:45,416
그만큼 경기가
흥미로웠거든요

1146
01:13:50,791 --> 01:13:54,541
카스파로프는 자신이 유리하다고
생각하는 거 같았어요

1147
01:13:56,416 --> 01:14:00,166
경기는 매우 치열했지만
전 마음이 편했어요

1148
01:14:01,833 --> 01:14:03,791
카스파로프가
자기 시간을 많이 썼죠

1149
01:14:06,333 --> 01:14:10,291
그렇게 몇 분이 더 지나
가장 논리적인 수를 뒀어요

1150
01:14:11,791 --> 01:14:14,941
갑작스럽게
3초도 더 생각하지 않고

1151
01:14:15,041 --> 01:14:16,250
제 폰을 전진시켰어요

1152
01:14:18,625 --> 01:14:21,041
심리적으로
그건 굉장한 충격이었죠

1153
01:14:22,333 --> 01:14:26,583
유디트는 킹을 공격하려고
모든 걸 희생하고 있었어요

1154
01:14:27,708 --> 01:14:31,500
그 수 이후에 카스파로프는
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

1155
01:14:32,000 --> 01:14:34,375
제가 이기고 있는 줄 알았는데
크게 한 방 먹었죠

1156
01:14:36,333 --> 01:14:37,941
카스파로프가
재킷을 벗어서

1157
01:14:38,041 --> 01:14:40,525
의자 뒤로 가 재킷을 걸고

1158
01:14:40,625 --> 01:14:43,458
손목시계를 풀어서
옆에 뒀어요

1159
01:14:44,708 --> 01:14:47,875
가리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까
너무 좋더라고요

1160
01:14:49,916 --> 01:14:53,150
유디트와 겨뤄 진 적이 없는데
이번 토너먼트에선

1161
01:14:53,250 --> 01:14:54,833
살아남으려 진을 뺐어요

1162
01:14:56,208 --> 01:14:58,733
가리가 이 경기에서
살아남으려면

1163
01:14:58,833 --> 01:15:01,208
마술이라도 부려야 했죠

1164
01:15:04,916 --> 01:15:07,483
카스파로프는
물량을 희생하는 걸 택해

1165
01:15:07,583 --> 01:15:09,708
유디트의 킹을
잡으려 했어요

1166
01:15:13,625 --> 01:15:16,150
흑색 킹이
너무 노출되어 있어서

1167
01:15:16,250 --> 01:15:18,525
카스파로프가
할 수 있는 거라곤

1168
01:15:18,625 --> 01:15:21,750
백색 킹을
계속 체크하는 거였죠

1169
01:15:30,000 --> 01:15:33,191
이쯤에서 가리는
손 떼기로 결정했고

1170
01:15:33,291 --> 01:15:37,025
그렇게 이 놀랍도록 맹렬한
광란의 공격 싸움이

1171
01:15:37,125 --> 01:15:38,875
무한 체크로 끝을 맺어요

1172
01:15:39,458 --> 01:15:41,541
유디트가 무승부를
이끌어 낸 거예요

1173
01:15:49,916 --> 01:15:52,858
리나레스에서 카스파로프에게
지지 않은 선수는

1174
01:15:52,958 --> 01:15:54,941
유디트가 유일했습니다

1175
01:15:55,041 --> 01:15:57,316
"카스파로프
폴가르 유디트와 무승부"

1176
01:15:57,416 --> 01:16:00,858
세계 1위 선수를 상대로
경기장에서 자기 실력을 발휘한

1177
01:16:00,958 --> 01:16:02,791
유일한 선수였던 거죠

1178
01:16:04,541 --> 01:16:07,483
토너먼트가 끝날 때쯤
카스파로프와 얘기를 나눴고

1179
01:16:07,583 --> 01:16:11,025
제 경기 방식을
존중하는 게 분명했어요

1180
01:16:11,125 --> 01:16:14,750
물론 그 당시
가장 위대한 선수였지만요

1181
01:16:17,708 --> 01:16:20,733
이제 확실히
유디트는 우리 중 하나였어요

1182
01:16:20,833 --> 01:16:22,791
최고의 선수였죠

1183
01:16:25,416 --> 01:16:29,250
리나레스에서 그 경기를 한 후
기분이 무척 좋았어요

1184
01:16:29,750 --> 01:16:33,233
훌륭한 싸움이었고
제가 카스파로프를 쩔쩔매게 했죠

1185
01:16:33,333 --> 01:16:34,250
하지만...

1186
01:16:35,333 --> 01:16:37,833
어째선지 여전히
이길 순 없었어요

1187
01:16:38,875 --> 01:16:40,791
뭔가가 여전히 부족했죠

1188
01:16:44,375 --> 01:16:47,775
가리 카스파로프 같은 상대를
이길 수 있는 방법은

1189
01:16:47,875 --> 01:16:49,583
자신을 믿는 것뿐이에요

1190
01:16:50,416 --> 01:16:55,375
자신의 우상을 그 사람의 영역에서
꺾을 수 있다고요

1191
01:16:57,166 --> 01:17:00,566
내 실력이 상대와 대등하다고
믿지 않으면

1192
01:17:00,666 --> 01:17:03,041
상대를 이길
가능성은 없어요

1193
01:17:08,583 --> 01:17:10,208
훈련 캠프에 왔습니다

1194
01:17:11,166 --> 01:17:13,083
아드리아해가
펼쳐져 있어요

1195
01:17:16,208 --> 01:17:17,666
아드리아해 어때?

1196
01:17:18,166 --> 01:17:21,583
풍덩 빠지고 싶을 정도로
아름다워

1197
01:17:23,083 --> 01:17:25,458
다음 해인 2002년에

1198
01:17:25,958 --> 01:17:28,416
한 토너먼트에서
카스파로프를 만났어요

1199
01:17:29,041 --> 01:17:31,816
크로아티아에서
훈련 캠프가 있는데

1200
01:17:31,916 --> 01:17:35,000
저더러 한번 오겠느냐고
묻더라고요

1201
01:17:37,250 --> 01:17:40,525
많은 선수가 말하자면...
충돌을 겪었어요

1202
01:17:40,625 --> 01:17:43,541
그런데 유디트하고는
언제나 서로...

1203
01:17:44,833 --> 01:17:45,983
존중했거든요

1204
01:17:46,083 --> 01:17:49,541
그래서 같이 훈련하면 어떨지
제안했던 거죠

1205
01:17:50,541 --> 01:17:54,208
유디트는 최고 선수 중 하나였고
새 관점을 제시할 수 있으니까요

1206
01:17:56,208 --> 01:17:57,166
유디트

1207
01:17:57,666 --> 01:18:01,333
당연히 그 초대를 받고
무척 기뻤죠

1208
01:18:01,833 --> 01:18:05,150
남편이랑 초대된
빌라로 갔고

1209
01:18:05,250 --> 01:18:07,958
정말 멋진
한 주를 보냈어요

1210
01:18:09,208 --> 01:18:11,525
아주 굉장한
경험이었어요

1211
01:18:11,625 --> 01:18:14,166
카스파로프는
기운이 펄펄 넘쳤죠

1212
01:18:15,666 --> 01:18:20,108
카스파로프가 체스 포지션에
접근하는 방식을 많이 배웠어요

1213
01:18:20,208 --> 01:18:24,400
카스파로프는 어떤 아이디어들을
진지하게 생각하는지

1214
01:18:24,500 --> 01:18:28,525
혹은 제가 분석해 볼만 하다고
생각하는 어떤 수들을

1215
01:18:28,625 --> 01:18:31,875
카스파로프는 중요하지 않다고
무시해 버리는지도요

1216
01:18:33,125 --> 01:18:37,608
카스파로프가 온종일
훈련하지 않는 것도 놀라웠어요

1217
01:18:37,708 --> 01:18:40,566
오후에는
체스 논의를 했지만

1218
01:18:40,666 --> 01:18:42,858
오전에는
다른 활동들을 했죠

1219
01:18:42,958 --> 01:18:46,916
예를 들어 바다에 나가
바나나보트를 타기도 했어요

1220
01:18:50,291 --> 01:18:54,625
일종의 규칙이었죠
거기 왔으면 그건 꼭 타야 했어요

1221
01:19:02,875 --> 01:19:05,066
거기서 제가 이겼어요

1222
01:19:05,166 --> 01:19:08,666
저만 물에 안 빠지고
버텼거든요

1223
01:19:15,291 --> 01:19:18,775
대개는 상대와
거리감이 있을 때

1224
01:19:18,875 --> 01:19:21,000
그 사람을
챔피언으로만 보죠

1225
01:19:23,166 --> 01:19:24,500
어떤 캐릭터인지요

1226
01:19:26,333 --> 01:19:30,900
그러다 아주 느긋하고
친근한 환경에 있으면서

1227
01:19:31,000 --> 01:19:34,733
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
그 사람 주변에 같이 있다 보면

1228
01:19:34,833 --> 01:19:37,541
완전히 다른
인상을 받게 돼요

1229
01:19:38,166 --> 01:19:40,958
좀 더 인간적인 면을
보는 거죠

1230
01:19:42,750 --> 01:19:47,400
내 반대편에
신이 앉아 있다는 느낌이

1231
01:19:47,500 --> 01:19:48,958
없어진 거예요

1232
01:19:51,083 --> 01:19:53,041
그 사람 역시
한 인간이었죠

1233
01:20:00,958 --> 01:20:04,250
"러시아 모스크바"

1234
01:20:18,791 --> 01:20:22,566
그때쯤 두 사람은
14번의 경기에서 만났고

1235
01:20:22,666 --> 01:20:25,916
가리 카스파로프가 진 적은
단 한 번도 없었어요

1236
01:20:26,458 --> 01:20:28,733
가리 카스파로프는
힘겨운 상대였죠

1237
01:20:28,833 --> 01:20:31,566
전성기의 페더러와 붙는 것과
마찬가지였어요

1238
01:20:31,666 --> 01:20:33,608
가리를 이긴 사람은
없습니다

1239
01:20:33,708 --> 01:20:35,400
가리 카스파로프
선수입니다

1240
01:20:35,500 --> 01:20:38,708
유디트한테 진 적이 없는 선수는
저 하나였을 거예요

1241
01:20:40,291 --> 01:20:43,316
크람니크고 아난드고
전부 유디트한테 졌는데

1242
01:20:43,416 --> 01:20:47,691
저만 유일하게
제 요새를 잘 지키고 있었죠

1243
01:20:47,791 --> 01:20:48,900
"폴가르 대 카스파로프"

1244
01:20:49,000 --> 01:20:52,858
"15차 게임 - 2002년"

1245
01:20:52,958 --> 01:20:55,150
조용히 해주세요
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

1246
01:20:55,250 --> 01:20:57,791
심판 여러분
시계를 작동시키십시오

1247
01:21:01,291 --> 01:21:03,625
그다음에 우리가
체스판에서 만났을 때

1248
01:21:04,125 --> 01:21:06,500
전 백색 기물로
경기했어요

1249
01:21:08,041 --> 01:21:10,108
제 첫수를 뒀죠

1250
01:21:10,208 --> 01:21:12,708
1.e4, 킹 앞, 두 칸 전진

1251
01:21:13,958 --> 01:21:16,233
카스파로프에게
전혀 놀랍지 않은 수였죠

1252
01:21:16,333 --> 01:21:17,150
"킹스 폰"

1253
01:21:17,250 --> 01:21:20,041
아주 어릴 때부터
제 첫수는 늘 그거였으니까요

1254
01:21:23,708 --> 01:21:27,750
그런데 카스파로프의 대응은
충격적이었어요

1255
01:21:29,500 --> 01:21:33,000
가리는 폰을 e5에 두면서
모두를 놀라게 했어요

1256
01:21:36,458 --> 01:21:38,566
거의 모든 경기가
시칠리안 디펜스였고

1257
01:21:38,666 --> 01:21:40,358
보통 치열한
전투를 벌였는데

1258
01:21:40,458 --> 01:21:42,858
이번에는 가리가
베를린 디펜스로 응수한 거예요

1259
01:21:42,958 --> 01:21:45,066
"베를린 디펜스"

1260
01:21:45,166 --> 01:21:47,525
우린 각자
강점과 약점이 있죠

1261
01:21:47,625 --> 01:21:49,250
유디트는
공격적인 선수입니다

1262
01:21:50,000 --> 01:21:52,625
그때 오프닝 선택은
좀 더 방어적이었죠

1263
01:21:53,125 --> 01:21:56,525
가리 카스파로프는
다른 성격의 경기로 이끌었어요

1264
01:21:56,625 --> 01:21:58,958
좀 더 느리고
미묘한 경기로요

1265
01:22:00,541 --> 01:22:03,958
확실히 제 스타일의 경기는
아니었어요

1266
01:22:11,583 --> 01:22:14,025
이 오프닝으로
과연 어떻게 될까요?

1267
01:22:14,125 --> 01:22:18,833
양쪽 퀸이 경기 초반에
체스판에서 나오게 됐어요

1268
01:22:21,958 --> 01:22:23,983
한편으론
저도 공격 못 하지만

1269
01:22:24,083 --> 01:22:26,000
가리도 공격할 수 없죠

1270
01:22:30,916 --> 01:22:32,941
가리가 킹사이드에서
폰을 전진시켰고

1271
01:22:33,041 --> 01:22:34,208
유디트도 그랬어요

1272
01:22:34,791 --> 01:22:36,833
전혀 공격적이지 않고

1273
01:22:37,375 --> 01:22:38,625
전략적이었어요

1274
01:22:43,000 --> 01:22:45,708
전 제 포지션을
쌓아가기 시작했고

1275
01:22:46,208 --> 01:22:48,541
나이트를 이동시켰어요

1276
01:22:49,125 --> 01:22:52,500
카스파로프가 조금은
방어에 나서야 했죠

1277
01:22:54,083 --> 01:22:56,441
유디트는 조금씩
나사를 조이기 시작해서

1278
01:22:56,541 --> 01:22:59,708
체스판 중앙에
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어요

1279
01:23:04,208 --> 01:23:06,941
그때 카스파로프가
알아채더라고요

1280
01:23:07,041 --> 01:23:08,625
'이거 문제가 될 수 있겠다'

1281
01:23:10,333 --> 01:23:12,566
가리는 엔드게임에서
제대로 붙으려 했는데

1282
01:23:12,666 --> 01:23:17,333
경기 흐름이 흑에게
약간 불안하게 흘러가고 있었죠

1283
01:23:18,250 --> 01:23:21,458
경기를 진행할수록
점점 더 압박을 가했어요

1284
01:23:26,916 --> 01:23:31,066
정말 너무 아름다운 포지션을
구축했다고 생각했어요

1285
01:23:31,166 --> 01:23:32,983
이길 수도 있겠다고요

1286
01:23:33,083 --> 01:23:34,458
'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?'

1287
01:23:38,291 --> 01:23:40,875
물론 그렇게
우위를 점하고 있고

1288
01:23:41,541 --> 01:23:44,875
정말 중요한
경기를 하고 있으면

1289
01:23:45,666 --> 01:23:47,750
조금씩 긴장되기
시작하죠

1290
01:23:54,416 --> 01:23:56,525
아주 어릴 때부터

1291
01:23:56,625 --> 01:23:59,125
카스파로프를
이기는 꿈을 꿨잖아요

1292
01:24:02,000 --> 01:24:03,291
이룬 적은 없었죠

1293
01:24:10,000 --> 01:24:13,500
경기장의 그 자리에 앉아서
저 자신에게 말했어요

1294
01:24:14,000 --> 01:24:15,941
'무승부로 끝내지 마'

1295
01:24:16,041 --> 01:24:18,416
'끝까지 가보는 거야'

1296
01:24:19,500 --> 01:24:22,458
"엔드게임"

1297
01:24:25,208 --> 01:24:29,375
카스파로프의 공간을
조금씩 더 뺏기 시작했어요

1298
01:24:32,833 --> 01:24:35,566
그리고 룩을
중앙 라인으로 전진시켜

1299
01:24:35,666 --> 01:24:38,650
흑색 킹을
난처한 상황에 빠트렸죠

1300
01:24:38,750 --> 01:24:42,875
두 사람은 룩을 과감히 이동시켜
폰들을 먹어 치웠어요

1301
01:24:44,250 --> 01:24:47,541
전 끊임없이
엔드게임 전략을 연구했어요

1302
01:24:48,458 --> 01:24:51,941
어떤 패턴들은
사실 어릴 때 완성한 거였죠

1303
01:24:52,041 --> 01:24:54,833
8, 9살 때 배운 걸
토대로요

1304
01:24:56,500 --> 01:25:01,375
카스파로프가 살아남을 기회가
점점 사라지는 걸 느꼈어요

1305
01:25:02,791 --> 01:25:05,483
카스파로프는 역대 가장 위대한
체스 선수 중 하나예요

1306
01:25:05,583 --> 01:25:07,858
어쩌면
그들 중에서도 최고죠

1307
01:25:07,958 --> 01:25:11,358
여기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길을
찾을 거라 생각했겠지만

1308
01:25:11,458 --> 01:25:13,458
유디트는
고수의 실력을 보여줬어요

1309
01:25:15,458 --> 01:25:17,416
장내가 조용해지기
시작했어요

1310
01:25:19,708 --> 01:25:23,525
문득 깨달았죠
앞으로 한두 수 안에

1311
01:25:23,625 --> 01:25:27,150
카스파로프가
반격할 방법이 없겠다고요

1312
01:25:27,250 --> 01:25:28,750
가망이 없었거든요

1313
01:25:35,458 --> 01:25:37,333
그리고 그 순간이 왔죠

1314
01:25:41,750 --> 01:25:43,291
카스파로프가
악수를 청했어요

1315
01:25:49,291 --> 01:25:52,025
훌륭한 공격 천재인
폴가르 유디트가

1316
01:25:52,125 --> 01:25:55,025
마침내 카스파로프를
이긴 거예요

1317
01:25:55,125 --> 01:25:57,625
미묘하고 섬세한
엔드게임으로요

1318
01:26:01,041 --> 01:26:04,275
역사적으로
처음 있는 일이었죠

1319
01:26:04,375 --> 01:26:09,583
여성 선수가 역대 가장 막강하고
위대한 선수를 이긴 건요

1320
01:26:10,625 --> 01:26:13,233
그냥 이긴 게 아니라
완전히 무너뜨렸어요

1321
01:26:13,333 --> 01:26:15,250
단 한 번의 기회도
주지 않았죠

1322
01:26:17,416 --> 01:26:21,608
그때는 말총머리의 12살 소녀는
잊힌 지 오래였습니다

1323
01:26:21,708 --> 01:26:24,608
그저 전 세계 최고의
선수 중 하나였어요

1324
01:26:24,708 --> 01:26:26,316
"폴가르
카스파로프를 꺾다"

1325
01:26:26,416 --> 01:26:28,191
너무나 중요한 순간이죠

1326
01:26:28,291 --> 01:26:29,733
"폴가르
체스계 유리 천장 뚫다"

1327
01:26:29,833 --> 01:26:32,483
우리 여성 선수들에게
반환점이 됐거든요

1328
01:26:32,583 --> 01:26:35,650
그때부터 생각했죠
'잠깐, 우리도 할 수 있어'

1329
01:26:35,750 --> 01:26:37,233
"우리도 남자만큼
싸울 수 있다"

1330
01:26:37,333 --> 01:26:41,941
어린 소녀였던 제겐
너무도 큰 귀감이 됐어요

1331
01:26:42,041 --> 01:26:43,691
"장벽을 깨고
역사를 만들다"

1332
01:26:43,791 --> 01:26:45,983
불가능한 건 없다는 걸
증명했잖아요

1333
01:26:46,083 --> 01:26:48,666
"체스의 여왕
폴가르 유디트"

1334
01:26:53,291 --> 01:26:58,066
제가 구상한 이상적인
경기 시나리오는 아니었죠

1335
01:26:58,166 --> 01:26:59,566
유디트는...

1336
01:26:59,666 --> 01:27:03,083
자기 실력을 발휘했고
그래서 제가 진 거예요

1337
01:27:10,083 --> 01:27:13,625
오늘의 영웅이 저기 있네요
'카스파로프를 꺾은 자'

1338
01:27:14,166 --> 01:27:17,191
프로 선수로서 어떤가요?
만족스러웠나요?

1339
01:27:17,291 --> 01:27:18,150
네

1340
01:27:18,250 --> 01:27:20,608
네, 하지만요?
계속하세요

1341
01:27:20,708 --> 01:27:22,816
- 노코멘트요
- 그러지 말고

1342
01:27:22,916 --> 01:27:24,458
난 그런 말 모르는데?

1343
01:27:25,041 --> 01:27:26,691
아주 오랜 꿈이었죠

1344
01:27:26,791 --> 01:27:30,066
언젠가 가리 카스파로프를
이기겠다고요

1345
01:27:30,166 --> 01:27:31,941
그 만족감은
말로 다 못 해요

1346
01:27:32,041 --> 01:27:34,983
"가리 카스파로프를
가뿐하게 이긴 여성"

1347
01:27:35,083 --> 01:27:36,775
유디트가 카스파로프를
이겼어요

1348
01:27:36,875 --> 01:27:38,858
"카스파로프를 극복한
폴가르 유디트의 승리"

1349
01:27:38,958 --> 01:27:41,650
언니들과 가족은
거기 없었지만

1350
01:27:41,750 --> 01:27:45,291
그 순간을 같이 기념하려고
곧바로 전화했죠

1351
01:27:47,833 --> 01:27:49,791
정말 너무 기뻤어요

1352
01:27:50,291 --> 01:27:53,525
우리가 평생
기다려 온 일인데

1353
01:27:53,625 --> 01:27:55,333
유디트가 해냈잖아요

1354
01:27:56,791 --> 01:27:59,191
제가 4살 때 꿈꾸던 일을

1355
01:27:59,291 --> 01:28:01,358
저도 상당 부분
이뤄냈지만

1356
01:28:01,458 --> 01:28:03,291
유디트가 한 단계
끌어올렸죠

1357
01:28:03,916 --> 01:28:06,333
우리 막내가
정말 대견했어요

1358
01:28:07,333 --> 01:28:08,983
아빠는 행복에
겨워하셨어요

1359
01:28:09,083 --> 01:28:11,958
너무 행복해서
방방 뛰시는 거 같더라고요

1360
01:28:13,791 --> 01:28:16,400
유디트가 이룬
엄청난 성과였고

1361
01:28:16,500 --> 01:28:20,858
그때 우리의 실험이
성공했다는 걸

1362
01:28:20,958 --> 01:28:23,500
실감할 수 있었습니다

1363
01:28:24,000 --> 01:28:28,750
하지만 유디트는 여전히
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어요

1364
01:28:30,416 --> 01:28:34,025
그 세계 최고의 선수 중에서도
최고가 되려면

1365
01:28:34,125 --> 01:28:38,291
하루에 서너 시간은 더
연구에 매진해야 했을 테죠

1366
01:28:39,875 --> 01:28:43,708
그래도 유디트가 행복한 걸 보니
기쁠 따름이었어요

1367
01:28:44,958 --> 01:28:46,941
"여왕 천하"

1368
01:28:47,041 --> 01:28:50,608
그 순간에 마침내
두려울 게 없는 기분이었어요

1369
01:28:50,708 --> 01:28:51,983
"제 최고의 경기였어요!"

1370
01:28:52,083 --> 01:28:54,375
한 경기에서든
한 대회에서든

1371
01:28:56,791 --> 01:28:58,458
난 누구든
이길 수 있다고요

1372
01:29:06,708 --> 01:29:07,958
"폴가르, 아난드"

1373
01:29:12,333 --> 01:29:14,316
"카스파로프를 이기고
1년 뒤인 2003년에"

1374
01:29:14,416 --> 01:29:16,858
"유디트는 전체 선수 중
상위 10위에 들었다"

1375
01:29:16,958 --> 01:29:19,858
"이는 여성 선수 중 현재까지
유디트가 유일하다"

1376
01:29:19,958 --> 01:29:22,400
유디트는 역사상
가장 위대한 여성 체스 선수였죠

1377
01:29:22,500 --> 01:29:23,775
"라이언 퀸
새로운 고지에 닿다"

1378
01:29:23,875 --> 01:29:25,416
그건 의심의
여지가 없어요

1379
01:29:25,958 --> 01:29:27,525
체스계를
완전히 바꿔놨죠

1380
01:29:27,625 --> 01:29:30,066
"여전히 정상에
홀로 서 있는 여왕"

1381
01:29:30,166 --> 01:29:33,650
또한 부모님의 가설을
실험하는 대상이었다는 점에서

1382
01:29:33,750 --> 01:29:36,416
세간의 이목을 끌었어요

1383
01:29:38,250 --> 01:29:43,791
아버지가 꿈꾸던 그 모든 걸
유디트가 실현시켰으면서도

1384
01:29:44,333 --> 01:29:48,441
여전히 아주 평범하고
쾌활한 사람이라는 사실이

1385
01:29:48,541 --> 01:29:50,708
전 기적이 아닐까
생각해요

1386
01:29:53,083 --> 01:29:55,316
감언이설로 하는
말이 아니라

1387
01:29:55,416 --> 01:29:58,691
유디트는
혁명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죠

1388
01:29:58,791 --> 01:30:03,250
여성 선수도 최고의 적수가
될 수 있음을 증명했어요

1389
01:30:04,708 --> 01:30:06,525
"폴가르 유디트
헝가리, 2710"

1390
01:30:06,625 --> 01:30:10,941
그건 솔직히 말해 저를 포함해서
우리 중 많은 사람이

1391
01:30:11,041 --> 01:30:12,233
가능할 거라 생각 안 했죠

1392
01:30:12,333 --> 01:30:13,900
"2014년에
은퇴할 당시"

1393
01:30:14,000 --> 01:30:17,066
"유디트는 12살 때부터
여성 세계 랭킹 1위를 지켰고"

1394
01:30:17,166 --> 01:30:19,958
"그 기록을 무려
26년간 보유했다"

1395
01:30:25,416 --> 01:30:30,108
지난 세월을 돌아보며
그 실험의 대상이었던 걸 떠올리면

1396
01:30:30,208 --> 01:30:32,333
어떤 생각이 드시나요?

1397
01:30:54,500 --> 01:30:56,275
물론 한편으로는

1398
01:30:56,375 --> 01:31:01,375
실험의 일부였다는 게
좋지만은 않죠

1399
01:31:04,125 --> 01:31:07,000
전 천재라고
느껴본 적이 없어요

1400
01:31:07,625 --> 01:31:10,191
제가 닿을 수 있던 모든 건

1401
01:31:10,291 --> 01:31:15,625
분명히 제 노력과 헌신이
95% 이룬 것이죠

1402
01:31:16,250 --> 01:31:18,166
그건 우리
부모님에게서 왔고요

1403
01:31:22,750 --> 01:31:27,708
물론 아빠 덕분에
체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지만

1404
01:31:28,875 --> 01:31:30,958
제가 뭘 할 수 있는지도
알려주셨어요

1405
01:31:31,625 --> 01:31:33,583
위대하게 될 수 있다고요

1406
01:31:35,916 --> 01:31:37,750
사람들이 날
믿어줘야 하고

1407
01:31:38,250 --> 01:31:40,375
내가 날 믿어야 하죠

1408
01:31:42,541 --> 01:31:44,483
무엇보다 중요한 건

1409
01:31:44,583 --> 01:31:48,541
바로 오늘부터
어제보단 나아야 한단 거예요

1410
01:31:50,291 --> 01:31:52,291
내일은 더 나아지도록
노력하고요

1411
01:31:54,500 --> 01:31:55,958
절대 포기하지 말고

1412
01:31:58,208 --> 01:32:00,541
언제나 끝까지
싸워야 해요

1413
01:33:03,625 --> 01:33:05,041
자막 배은미

